[백색볼펜] 발전
[백색볼펜] 발전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11.05 17:43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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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질 것은 쓰러져야 한다/무너질 것은 무너지고 뽑힐 것은 뽑혀야 한다/그리하여 빈 들판을 어둠만이 덮을 때/몇 날이고 몇 밤이고 죽음만이 머무를 때/비로소 보게 되리라 들판 끝을 붉게 물들이는 빛을/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높고 큰 힘을 -신경림 <빛>

◇ 누구나 만나는 인생의 바닥에서 사람들은 대개 좌절하고 포기한다. 쓰러질 것은 쓰러지고 무너질 것은 무너지고 뽑힐 것은 뽑혀야 한다는 쉽고도 어려운 인생의, 삶의, 세상의 ‘진리’를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훗날 다가올 빛과 큰 힘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들이 오래 심산해할수록 그들의 발전은 더뎌지고 그 폭도 작아진다.

◇ 지난 28일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 완간 기념식이 열렸다. 한한대사전, 이 하나의 사전에 우리대학의 역사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우리대학은 그동안 온갖 평지풍파를 겪으면서 쓰러지는 것과 무너지는 것, 뽑힐 것이 뽑혀 나가는 경험을 해왔다. 어둠만이 덮을 때, 죽음만이 머무를 때와 같이 힘든 시기도 겪었다. 한한대사전은 들판 끝을 붉게 물들이는 빛, 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높고 큰 힘, 그것의 서막에 불과하다.

◇ ‘발전’이라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어둠과 죽음 속에서도 묵묵히 빛을 향해 걸어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어렵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대학도, 사람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많은 것들이 쓰러지고 무너지고 뽑히더라도 그것들이 쓰러질 것, 무너질 것, 뽑힐 것이었음을 알고 자기 자신만은 굳건해야 하는 것이다.

<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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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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