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풍토 진작을 위한 고언 이종욱 학진 경영혁신단장에게 듣는다
대학의 연구풍토 진작을 위한 고언 이종욱 학진 경영혁신단장에게 듣는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11.04 12:23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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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발전을 위해 현 위치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라고 말을 꺼낸 이종욱 한국학술진흥재단 경영혁신단장(약력 참조)은 1시간 남짓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환경 변화와 단국대학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단장이 말한 거시적인 환경변화와 그 중심에 있는 대학 구성원들의 역할을 <단대신문>이 들었다. <편집자주>

 

▲ 이종욱 학술진흥재단 경영혁신단장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에 대해 ‘대학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요, 학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장 경제적인 부분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연구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추후에 외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이 기초연구 입니다. 지난 28일 출판 기념회를 가진 漢韓大辭典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러한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곳이 우리 재단입니다. 우리 재단의 예산은 총 1조 4백억 여원으로, 학술연구조성사업에 3천6백억, BK21과 NURI사업 등 국가 인재양성사업에 5천2백억 여원을 지원하고, 산학협력과 학회 등의 인프라 구축 및 유지에 나머지를 지원합니다.

우리 재단은 다른 (정부)기관과는 달리 Bottom-up 방식으로 연구를 지원합니다. Bottom-up방식은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직접 하고 싶은 연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두고, 그 신청 계획을 바탕으로 경쟁 공모를 하는 방법입니다.

▲많은 대학이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단국대학의 경우 약 10년 간 타 대학에 비해 낮은 등록금 책정과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교수님들의 연구 지원이 넉넉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대학마다 넉넉하지 못한 자체 연구 지원을 타계하기 위한 각 대학 교수님들의 노력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대학의 교수님들께서 학교의 지원 부족으로 연구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대부분은 외부를 통해 지원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문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어디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는가 하는 부분 역시 중요합니다. 논문을 발표할 때 보면 연구비 지원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지 않습니까? 모두 그런 이유입니다. 과학재단에서 받았다, 학진에서 받았다…이렇게 말이죠. 그게 있어야 연구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넉넉하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우리 재단과 같은 곳에 더 관심을 갖고 연구비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에서 산출한 단국대학교의 3년 평균 데이터를 보면 매년 우리 재단에 연구비를 지원한 건수는 183건으로, 그 중 선정된 과제는 66건입니다. 평균 선정금액은 27억8천만 원 정도이며, 지원 금액 기준 대학순위는 26위입니다. 단국대와 교원 수와 규모 면에서 비슷한 다른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면, A대학은 단국대에 비해 전임 교원 수가 60명 정도 많지만, 연구비 신청 건수는 267건입니다. 물론 선정 과제 수 역시 115건, 지원금액도 55억6천만 원으로, 많은 차이가 납니다.

B대학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전임 교원 수는 935명으로, 722명인 단국대에 비해 200명 정도가 많습니다. 비록 교원 수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과제 신청 건수에서 크게 차이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97과제 신청에 112과제가 선정되어, 단국대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입니다. 선정된 지원 금액은 A대학보다 약간 많은 58억8천만 원이었습니다. 평균 선정률은 대개 30%로, 평균 10과제가 신청하면 3과제가 선정됩니다.

물론 무조건 많이 신청한다고 많은 과제가 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능한 신청을 많이 하여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 그만큼 ‘연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통계를 통해 재미있게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의 비교인데요, 단국대의 경우 2003년, 2005년에는 인문사회계열이 이공계열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대학에서는 좀처럼 이런 데이터가 나오기 힘들거든요. 사실 인문계에 비해 이공계에서 차지하는 ‘연구’의 비중은 다릅니다.

인문사회계열은 그야말로 학생들의 교양성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논문이나 연구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상경계열과 사회과학 쪽은 논문이 필요하겠지만, 문과대의 경우 명저를 남긴다던가 시를 쓴다는 등의 ‘또 다른 업적’이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 재단에서 추출한 통계로만 보면, 인문사회 계열은 약진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지만, 이공계열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인풋과 아웃풋이 정확한 곳으로, 투자한 만큼 나오게 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공계는 정말 웬만한 투자로는 아웃풋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과는 (지원 금액의) 단위가 다른 계열인데, 오히려 인문사회계열의 연구비 지급이 더 큰 편이네요. 우리나라의 전체 연구비 중 대학으로 가는 연구비에서 학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40%정도 됩니다. 학진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학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면, 다른 기관에서는 예상보다 더 지원 받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선정과제수와 지원 금액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단국대학은 과제 수는 많은데 지원 금액은 적은 경우에 해당됩니다. 즉, 개인과제는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대형과제는 거의 지원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경우 학진 이외의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의 경영난뿐만 아니라 외부환경 변화 역시 많은 대학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는 학진 측에서 볼 때 급변하는 대학 환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급감하는 입학생의 숫자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 수를 100이라고 볼 때, 실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80입니다. 즉, 일부 대학은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 길을 찾지 못하는 대학은 앞으로 급감하는 입학생수를 고려할 때 큰 어려움에 빠질 겁니다. 또한 대학 간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심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연구비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은 총 229개, 대학원대학은 37개입니다. 이 중 학진 연구비 지원금 기준 상위 10개 대학이 지원 받은 금액은 42.5%(2007년 학술연구조성사업 예산 3천1백6십억 중 1천3백4십3억)였습니다. 재단 전입금이 적고,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전반적인 문제이지 꼭 단국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포항공대와 같은 몇몇 대학을 제외한 많은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비 지원이 적어 학진과 같은 연구지원기관에 연구비를 신청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위 10개 대학은 1년에 외부 연구비를 500억 가량 끌어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단국대는 연간 외부 연구비 수주 금액이 총 얼마나 되는지, 논문 발표 수가 얼마나 되는지 등의 현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서 구체적인 목표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예전과 달라진 외부 환경에 대학이 적응하기 위해 단국대학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단국대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현재 위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목표제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단국대학이 갖고 있는 브랜드가 참 많았습니다. 법학계열이나 동양학연구소, 석주선박물관과 우리나라에 몇 개 안 되는 치과대학 등이 대표적이었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많이 희석된 상태입니다.

사회에서 단국대학이 점점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봤을 때, 더 이상 단국대학이 지식을 소비하는 곳이 아닌 지식을 생산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교수님들의 열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연구비 신청이 타 대학에 비해 많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학에서 교수님이 맡고 있는 임무는 무엇일까요. 교육, 연구, 봉사라고 봅니다. 저는 교육이라는 고전적인 관념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는 통합교육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스승과 학생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면서 학생은 스승으로부터 ‘연구의 과정’을 배우는 것입니다. 특히 이공계 교육에서는 연구실에서 교수님께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하는 모습 자체가 교육이라는 거죠. 가끔 대학에 방문해서 가게 되면 학생들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교수님들이 너무 바쁘신 것 같다”는 겁니다. 연구실에 계시지 않을 때가 많다는 이야기인데요, 교수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 봉사’가 아닐까요.

사회에 나가서 하는 봉사도 있고, 학교에서 보직을 맡음으로써 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가장 큰 봉사일 겁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엔 연구와 강의와 봉사라는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는 거죠. ‘통합’이라는 표현을 그래서 쓰는 겁니다. 교육과 연구는 구분된 것이 아닌데요, 교육하면서 연구가 되고 연구하면서 교육이 되는 거거든요. 학생들이 연구하는 과정이나 논문의 일부저자로 참여하면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논문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연구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면서 학생들이 배워가는 거죠. 이공계 연구의 사이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문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험을 해야 하고,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전략 회의를 해야 하고, 전략 회의를 하기 전에 보통 연구비 신청을 하게 됩니다. 특히 연구비 신청에 선정되면 1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밤 11시 12시 이후에도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런 상황들이 하나하나 모여 연구풍토가 조성되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연구보다는 교육을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연구와 교육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지는 통합 시대로 접어들고 있거든요. 또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먼저 대학의 특성화입니다. 특성화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대학에서 모든 분야를 일류로 키울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이 분야만큼은 대표로 키워보자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대학 스스로가 체계화된 경쟁 방식을 만듦으로써 체질 개선을 하는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희생하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교수님들이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하죠.

대학 발전을 위한 내부의 경쟁이 교수님들 사이에 있어야 하고, 모든 교수님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경쟁 체제가 구축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도부도 재임 기간 중 많은 일을 하려고 하시기보다는 단국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어젠다를 정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2008년에는 학진 선정금액 20억, 09년에는 25억…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단계적 목표 말이죠. 그리고 이런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교수님들에게 교내 연구비를 더 드린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잘하시는 분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드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해당 교수님의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더 부여하는 등의 평가 체계도 있겠죠.

정에 연연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상황입니다. 지난 5년 간 상위 30개 대학의 학진 연구비 선정 평균 금액은 33억 원 이었던 반면, 단국대학의 선정금액은 절반이 안 되는 14억이었습니다. 연구를 통해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교육과 연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장님과 관련 대학 부처에서 강하게 장려해야 합니다.

집에서 책을 보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 꺼지지 않는 연구실’이 많을수록 그 대학의 연구 풍토가 좋아지고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도 살아나게 되거든요. 대학이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연구실이 늘 열려 있고,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논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그리고 교수님들의 치열한 연구 경쟁이 있을 때 살아있는 대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단국대학이 이런 분위기가 조성돼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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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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