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학교는 게으름과 투정에 빠져들기 쉬운 공간
[동문칼럼] 학교는 게으름과 투정에 빠져들기 쉬운 공간
  • 손정배 동문
  • 승인 2008.11.12 20:58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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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 학교 공부에만 빠져있던 시절, 같이 공부하던 형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때마침 학교 성적과 영어 성적 만으로는 전국의 많은 학생들과 경쟁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교외 활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제외하곤 공대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대학 생활의 모든 동아리 활동이라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것이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전국경제인연합에서 후원하는 ‘영리더스클럽’이라는 동아리에서 회원을 모집하고 있어 부푼 꿈을 안고 지원했다. 그런데 이 한번의 도전이 내 남은 학생시절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나름데로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그 시절에 이 동아리 지원을 통해서 세 번의 좌절을 겪었다.
첫 번째는 내가 정말 뭐 하나 내새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전부도 아닌 단 몇 줄 쓰는데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했다.
두 번째는 내가 정말 오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영리더스클럽이라는 동아리에서 서울의 한 지부를 맡고 있는 형을 알고 있었다. 그 형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면접에 대한 정보와 몇 가지 팁을 알려 줬었다. 발표 같은 것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답변을 생각하고 갔었지만 실천이 없던 나의 생각들은 면접장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나의 오만함이 부른 처절한 대가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전국 수많은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학교를 떠나 모든 면에서 부족하단 점이었다. 나는 무슨 배짱으로 여기를 지원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결국 나는 떨어졌다. 그리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밤에 잠도 잘 못 잤다. 백 번 내가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했다고 할 지라도 내 자신이 한심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이러한 현실을 지금이라도 알게 됐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를 지원하면서 일어 났었다면…. 그 후로 무슨 일을 하다가 마음이 흐트러질 때이면 항상 이 일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이 한번의 실패에서 온 경험이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나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 최고의 묘약이 되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면 학교 생각이 많이 난다. 따뜻한 햇살, 맛있던 자장면, 다양한 내용의 대자보 등…. 그 기억들이 아름다운 만큼 학교는 사람들을 게으르고 투정부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환상에 빠져 살기엔 취업 시즌이 되어서 치르는 후회는 너무 크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많은 일을 계속 미뤄두지 말고 일단 한번 저질러 보기 바란다. 그러면서 실패도 해보고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해보는 시간을 가져라. 대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일들과 용서받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잘 이용해 사회생활의 첫 발을 완전 무장한 채로 내딛길 바란다.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지 말고 배고픈 돼지가 되시길.
 
손정배(08 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인사파트) 동문
손정배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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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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