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54) 동네예보
유레카! 생활 속 과학 54) 동네예보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8.11.17 13:30
  • 호수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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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11월의 달력이 가장 까맣다. 다른 달은 그래도 일요일 외에 휴일이 한 두 개 씩 더 들어 있는데, 11월은 숨 막힐 정도로 꽉 찬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흥청망청 보낼 것 같은 12월이 되기 전에 한 해의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일만 하는 달이 11월인 것 같다. 추수감사절에 멀리 있던 가족이 한데 모이는 다른 나라는 우리와 달리 떠들썩하게 11월을 마무리한다.

또 우리가 가을을 탄답시고 감성 모드에 젖어 있는 달이 10월인 반면, 외국 사람들은 가을이 가는 길목에 있는 11월을 더 애달파 한다. 우리에게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들어 있는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가 있지만, 그들에겐 차디찬 11월의 비속에서 사랑을 그리워하는 “November Rain"이란 노래가 있다. 우리에게 11월이 더 삭막한 것은 해마다 이 때 추위가 갑자기 찾아들기 때문이다.

오늘 갑자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의 기온을 보였다. 11월이라는 달이 무색할 정도로 따뜻해서 웬일인가 했더니 올해도 이처럼 불현듯 추위가 온다. 이번 토요일이 소설(小雪)인 것을 생각하면, 오늘 정도의 기온은 절기와 어긋나지 않는 자연의 흐름이다. 어제 저녁 추워진다는 소식에 인터넷 일기예보를 찾아보았고, 더불어 동네별 일기예보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서울 동네의 기온이 최저 -3℃도, 최고 2℃였다.

내가 근무하는 죽전캠퍼스의 기온은 최저 -5℃도, 최고 1℃도였다.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거리가 2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꽤 큰 기온 차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무슨 동네별 일기예보냐 하며 비판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 이 정도의 기온 차라면 동네예보를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기상청은 이미 2005년 10월 31일부터 동네예보를 시범 운영해 왔다.

3년 간의 시범 운영 동안 기상청 나름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지역별 예보보다 강수 유무에 있어 약 4.2% 이상 정확하고 기온 오차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예보는 5㎞×5㎞ 격자별로 예보가 가능하다. 내가 사는 집과 죽전캠퍼스 간 거리가 25㎞이니 그 사이에 최소한 5개의 다른 동네예보 데이터가 있는 셈이다. 특히 동네예보는 3시간 간격으로 하루 8번 기상 상황을 예보하는데, 지역별 예보를 하루에 2번 발표하던 이전과 대비된다.

동네예보는 기상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치예보모델 결과를 통계 모형을 이용해 상세화한 것이므로 정확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지역별 예보라도 제대로 하라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상청 입장에서 동네별 예보가 더 정확하다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큰 지역의 일기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작은 지역의 일기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일기 예보의 정확성은 모두 ‘자기가 사는 동네’의 날씨와 관련된다. 즉, 지역 예보에서처럼 “서울과 경기 지역에 비가 오겠다”라는 예보가 있은 다음 날, 내가 사는 서울 소재 동네에 비가 안 올 경우 그 동네 사람들은 일기예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비가 오겠다”고 예보하면 경기도 내의 다른 동네에 비가 안 와도 그 동네 사람들은 일기예보를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올 겨울 동네 예보를 통해 기상청이 신뢰를 되찾고 우리 국민도 국지적 폭설(暴雪)에 대비한 동네별 대책 마련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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