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캠퍼스 09학번 김진성 군의 캠퍼스 라이프
죽전캠퍼스 09학번 김진성 군의 캠퍼스 라이프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12.09 13:29
  • 호수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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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의 누나를 따라 복수전공의 길로 들어선 김진성 군

#1. Calm-들샘길

“고백을 해야겠다.” 두 달 동안 끌었던 마음을 털어 놓기로 결심한 나(김진성/화학공학·1)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글로벌기업이 원하는 리더십’이라는 교양 강좌 시간에 같은 조가 된 한 살 연상의 누나가 점점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쾌한 5월의 아침’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서울을 버스를 타고 빠져나온다. ‘어떤 말을 할까, 어디서 말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버스 창밖으로 어느새 학교 상징탑이 보인다.

‘학교가 이렇게 가까웠나…’ 오늘따라 학교 가는 길이 짧다는 기분이 든다. 범정관(대학 본관) 앞 분수가 5월의 하늘과 맞닿아 있다. 민자기숙사에 살고 있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건너는 들샘길 수로도,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 소리도 마음을 한결 포근하게 한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금세 공간에 동화된 나의 마음이 차분해진다. “진성아~” 웅비홀(민자기숙사) 입구에서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누나가 반갑게 맞아준다.

언론영상학부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는 누나는 대학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GTN(Global Talent Network)에 참여해 외국인 유학생과의 Buddy-Mentor 역할도 하고 있다. “누나, 아침 먹었어요?” “응, 방금 기숙사 식당에서. 조모임 늦겠다. 어서 가자.” 오늘은 ‘글로벌기업이 원하는 리더십’ 강의에서 조별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날. 최종 정리를 하기 위해 도서관 스터디 룸에서 조별 모임을 갖기로 약속한 터였다.

#2. Intellect-도서관

“형!” 마침 도서관 전자정보 자료실의 영화감상실에서 나오는 같은 조 형을 만났다. 공연영화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형은 틈만 나면 학교 도서관에서 상영해주는 고전/최신 영화를 보며 전공 지식을 쌓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동영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보인다.

“형, 대학 도서관이 생각했던 것보다 놀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무궁무진 하지. 80만권의 단행본에 2천 종이 넘는 학술지를 보유한 대학 도서관은 전국에 얼마 없을걸? 우리처럼 조모임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그룹 스터디룸도 있고. 1년에 책 많이 읽는 학생은 우리 도서관에서 290권씩 빌려가기도 한다더군.” “오빠, 스터디 룸 빌렸어요. 발표 준비하러 가요.”

오늘 우리 조를 대표해서 발표를 하는 사람은 나. 스터디 룸에 PDP가 설치돼 있어 ‘실전 같은’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한다. “아, 저…제가 아직 1학년이어서 발표가 조금 미흡할지 모르지만…” “진성아, PT 할 때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일관적인 구성을 해야 하고.” “누나, 그런 것도 수업 시간에 배워요?” “응. 언론영상 전공 수업 중에 ‘화법과 토론’이라는 과목이 있거든. 너도 나중에 우리 학부 복수 전공 할 수 있으니까, 마음만 있으면 자세히 배울 수 있어.”

‘아, 복수전공을 하면 누나랑 같은 수업도 들을 수 있겠구나…’ 갑자기 다전공 제도가 1석2조의 학사제도라는 음흉한(?) 생각이 든다.

#3. Brave Heart-계단식 강의실

200명이 듣는 대규모 계단식 강의실이 오늘 나의 ‘첫 발표 무대’이다. 평소에 앉아서 교수님 강의를 들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다. ‘좋은 스피치의 철칙 하나. 가능하면 목소리를 크게 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표현할 것. 둘, 청중의 눈과 마주치며 이야기 할 것…’ 누나가 알려준 발표 요령을 하나씩 떠올리며 교단에 오르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가지런히 놓는다.

“오늘 제가 발표할 내용은…” 생각보다 청중의 눈이 잘 보인다. 계단식으로 배치 돼 있는 강의실이 마치 콘서트 홀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고백 해야겠다’ 발표를 거의 마치면서 ‘이런 장소라면 후회 없이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조용한 청중.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같은 조의 누나에게 질문이 있는데요, 저…누나 좋아하는데요, 그 쪽은 어떠신지요?”

#4. Romantic Space -스카이라운지

역시,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그 자리에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대학원동 스카이라운지에서 누나와 저녁을 먹으며 인공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을까? “나, 내일 영상 촬영 실습 있는데…방송 장비가 좀 무겁거든?” “들어달라는 뜻? 물론 도와드려야죠. 어디로 가면 돼요?” “미디어센터. 거기서 비디오카메라 빌려서 찍고, 편집까지 하거든.”

“무슨 촬영 하세요, 내일은?” 학교 안에 있는 석주선박물관을 관람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학교에 박물관이 있었나? 누나를 알면서 점점 학교를 알아간다. 내게 차분한 마음이 들게 해 준 들샘길, 나도 모르게 용기라는 감정이 생긴 도서관과 강의실, ‘첫 데이트 장소’라는 추억을 만들어 준 스카이라운지…. 다행이다, 이곳에서 이 사람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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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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