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캠퍼스 09학번 김단비 양의 캠퍼스 라이프
천안캠퍼스 09학번 김단비 양의 캠퍼스 라이프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12.09 13:48
  • 호수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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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호의 풍광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는 김단비 양

#1. Beauty&First-통학버스

시각디자인과 동아리 정기발표회 준비로 어제 밤 한숨도 못 잤다.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뜰 수밖에. 동아리발표회, 졸업작품전, 각종 행사로 일년 내내 전시되고 있는 예술관 1층 전시관 모습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다. 그림이 담긴 화구통을 등에 매고 통학버스에 올라탔다. 햇빛이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안서호를 떠올리며 따뜻한 봄 여행을 떠나는 훈훈한 기분으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맨 앞 좌석에 앉았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막 탑승하던 남학생과 눈이 정면으로 맞추졌다. 매일매일 만나는 ‘그’이지만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건 처음이다. 하필이면 이 순간이라니…. “쿡.” 재빨리 입을 막아봤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실소는 막을 수 없었다. 내(김단비/시각디자인·1) 인생 처음으로 남자에게 비웃음 거리가 됐다! “졸리시나봐요?” 졸리시나봐요. 졸리시나봐요. 졸리시나봐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 옆에 앉은 그. 그가 나에게 건넨 첫 대사가 고작 이거다. 흑흑. “아 네….” 전국대학 캠퍼스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우리대학 천안캠퍼스 가을 풍경도 울그락 불그락한 지금의 내 얼굴보다는 화려하지 못할 거다. 나에겐 1분이 1년 같았던, 그러나 한편으로는 굉장히 짧았던 통학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버스에서 내려 단우홀(민자기숙사)에 사는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친구 은진이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뒤이어 버스를 내리던 그가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어머어머 뭐야?

#2. Fitness-단우홀 체력단련실

“저는 인문과학대학 몽골학과에 재학 중이고 3학년입니다.” 그도 단순히 단우홀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단다. 착각에 착각을 거듭하며 혼자 고민 고민하던 나는 결국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지금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 창피해.’ 아무튼 그의 말투에서 국내 유일 몽골학과에 재학 중인 것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진다. 멋지당~ 어느덧 단우홀에 도착했다.

세탁실, 휴게실, 매점, 식당, 체력단련실에 이르기까지 최신식 시설로 가득찬 단우홀은 지하1층, 지상8층에, 재학생 101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체력단련실에 들어서자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Hello~.” 지난 동계방학에 ‘단국 영어몰입학습 프로그램(DEIP, Dankook English Immersion Program)’에 참가한 이후로 자꾸만 영어를 쓰는 내 친구가 왠지 창피해진다.

DEIP 원어민강의는 영어 울렁증을 갖고 있던 은진이를 싹 바꿔놓았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긴 하다. “그럼 전 이만. 아 나중에 또 버스에서 뵈면 아는 척 해요.” 율곡기념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친구를 만난 그는 다급하게 단우홀을 나섰다. 아쉽고 섭섭한 이 기분은 뭘까?

#3. One shot, Two birds-단국대학교 병원

태권도 연습 중에 살짝 발목을 삔 친구와 함께 단우홀을 나왔다.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겨우 도착한 대학병원. 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있고 한 여름 캠퍼스 풍경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 친구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물리치료 후 받은 영수증에 15% 재학생 할인된 금액을 보고 열광하기에 바쁘다. 나는 ‘넌 진짜 친구 잘 둔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이갈 뿐이고! 땀이 나고! 에휴~ 치과병원에 가서 어제 예약해놓은 무료스케일링을 받으면서 기분이나 풀어야겠다. 스케일링 후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얀 이를 자랑스럽게 탁탁거리며, 기분좋게 강의실로 향했다. 최근 리모델링을 한 예술관은 오랜 전통이 머문 듯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도 새 건물의 상쾌한 느낌을 선사한다.

‘도대체 이 건물을 누가 30년 이상됐다고 믿겠어?’ 창문 너머로 안서호를 바라보며 오늘도 생각해본다. “진짜 좋아졌다니까~.” 때마침 4학년인 박 선배가 나타났다. 선배는 입학 초부터 불쑥 나타나 리모델링 후 좋아진 건물들을 손꼽아 세보이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학생회관, 제1과학관, 예술관….”

#4. Romantic Space-추억이 남겨진 그 곳

탁탁- 학생회관 공용공간에 마련된 탁구대를 이용해 내기탁구를 하고 있는 동아리 선배들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유쾌하다. 덤으로 학생회관 안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까페에서 커피도 얻어 먹을 수 있고 말이지. 헤헤헤. 참고로, 우리동아리는 창업보육센터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 창업동아리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서자 안서호를 따라 은은하게 켜진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운치있다.

“어? 여기서 뭐하세요?” 아침에 그다! 어쩜 이런 우연이. 아니, 이건 운명인 건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예술관 앞이었다. “오늘은 과방에 모여 다같이 발표회 준비를 하기로 해서요.” “발표회 하세요? 가고 싶네요~” “와주신다면 영광이죠!”라고 할 뻔 했다. 분위기 있는 안서호산책은 결국 전화번호 교환이라는 의미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의 번호다! 꺅~ 천안의 명물 김치피자탕수육, 일명 김피탕을 막 먹으려던 동기들은 볼이 발그래진 채 과방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많이 덥냐고 물었다. 후끈 달아오른 내 마음은 쉿 비밀. 마냥 웃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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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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