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기지 않는 그 곳 ⑧명동
발길 끊기지 않는 그 곳 ⑧명동
  • 김수연 기자, 유현수 기자
  • 승인 2008.12.02 16:19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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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호주머니에 챙겨가는 명동

조선시대부터 명동의 이름을 가졌던 이곳은 현재 패션중심의 거리로 외국인, 내국인 등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려운 경제 속 2009년을 한달 앞두고 있는 지금. 명동은 크리스마스, 연말을 맞이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명동의 매력을 찾아 지난 29일 찾아보았다. <편집자주>

#1. 그 곳의 연말준비… 명동의 매력을 찾아서
명동의 이름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성부의 하나인 명례방에서 명(明)자를 따서지은 명동은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후에야 비로소 지금의 명동(明洞 밝은 마을, 밝은 고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주택지로서 역할이 컸지만 일제시대 명동 근처에 위치한 충무로 일대가 상업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상가로 변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명동이 어느 샌가 패션의 중심지, 유명한 관광지로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지금. 크리스마스와 2008년과 작별인사 준비를 하는 열기가 우리를 반겼다. 이제 2009년까지는 약 1달. 명동은 벌써 새해맞이로 분주했다. 특히 12월의 마지막 행사 ‘크리스마스’는 한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산타복장을 한 사람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물건들을 파는 곳, 빨강, 초록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불빛들. 가게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빼놓지 않았고, 할인한다는 광고 또한 잊지 않았다.

거리에 있는 노점상들도 모자, 호떡, 닭 꼬치, 악세사리 등 물건을 파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밤이 돼도 명동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으며, 발을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 길을 가는 것도 줄을 서서 가야했다. ‘free hug’를 하려고 판자를 들고 있는 사람. 친구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고등학생, 애정표현을 하는 연인들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명동을 찾은 사람들이 보였다.

또한 ‘세계 제일의 쇼핑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고개만 돌리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대부분 쇼핑백 한보따리씩 가지고 있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같이 다니거나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니거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을 돌아다니는 방법은 이렇게 두 가지인 듯 했다. 명동이 이렇게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이유는 아시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영향도 있겠지만 명동 자체의 노력도 없지는 않다.

강남의 현대식 백화점 등으로 위기를 느낀 명동의 재래상가 사람들이 명동은 쇼핑하기 좋다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외국인과 내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명동축제 ‘명동의 날’ 행사를 1982년부터 매년 봄 가을 2회에 걸쳐 개최하고 있으며, 다양한 언어의 관광안내 책자를 만드는 일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명동의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명동관광안내소의 직원 정 모(39) 씨는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은데 주간에는 300명, 야간에는 100명 정도 꾸준히 찾고 있으며, 특히 5, 6월에 가장 많이 찾고, 나라별로는 일본이 많아요”라고 알려주었다. 또한 “관광객들은 쇼핑책자를 들고 불고기, 삼겹살, 명동교자 등 명동의 유명한 곳들을 물어보거나 BB크림, 마사지 등 쇼핑에 관해 물어보는 것이 많죠”라고도 말했다. 이날 명동을 찾은 외국인에게 명동의 매력을 들어봤다. 일본에서 왔으며, 5번째 명동을 찾았다는 쿠리하라 마키코(40) 씨는 “명동이 한류스타 상품이나 화장품 등 물건이 많아서 좋다”며 “명동의 매력이라면 굉장히 번화하고 활기찬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2. 그 곳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다
명동에는 명동을 지키는, 명동과 동고동락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한가운데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그 곳을 지키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명동의 많은 주인들과 노점상 아저씨, 아주머니가 그렇다. 이들이 예상하는 내년의 명동은 어떨까? 환율폭등에 주가 하락, 내년 경제성장률 2% 예상 등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명동도 늘 화려할 수만은 없는 듯 싶었다. 거리에서 닭 꼬치 파는 노점상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명동에서 장사한 지는 10년 됐지”라고 운을 뗀 아저씨는 “요즘에는 경제가 하도 어렵다 어렵다 해서인지 장사가 작년에 반도 안돼. 물론 사람들이 아껴야 하겠지만…”라며 말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삶에 지친 듯한 표정과 고단한 일상에의 무력감으로 흔들리는 듯한 초점으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던 아저씨는 무겁게 “크리스마스 장식 등을 보면 내년이 오긴 오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지. 내년에는 무시당하지 않고, 잘 살았으면 해요”라고 탄식처럼 뱉었다.

또한 털모자를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도 “명동에서 물건을 팔게 된 것은 한 달 정도로 사람들은 많은 것 같은데 물건은 생각보다 많이 사지 않는 것 같아요”라며 “명동이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맞는 장식들을 하고 있어도 사는데 바빠서 2009년 계획은 그다지 세우고 있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명동의 밀리오레 쇼핑몰 안 6층에서 모자를 판매하던 김경원(27)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올 한해는 작년에 비해 손님이 반이나 줄어 경기침체가 실감 난다”며 “연말이라 명동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쇼핑몰 안은 한산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밀리오레 안은 명동 거리에 비해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5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 씨는 이어 “그동안 인터넷 발달로 인해 손님들이 인터넷상의 가격을 이곳에서 비교하거나, 모자는 여기서 써보고 구입은 인터넷에서 하는 일이 잦아졌어. 그러니 장사할 맛 안 나지”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부분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이 활발한 가운데 오프라인 상점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김 씨가 생각하는 명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명동에는 예전부터 쇼핑의 중심지이다 보니 많은 상가들이 밀접해 있고 사람들이 만나기 좋게 중심지에 있는 것이 매력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뉴스에서나 자주 듣던 말을 실제 상인들에게서 들은 지금, 겉은 화려하지만 내부의 체감온도를 차디차게 식어가는 명동을 느낄 수 있었다.

#3. 그 길을 거닐다 
‘아 추워,’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옷깃을 여미는 소리가 들린다. 추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명동을 자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회사원 박근희(28) 씨는 “명동은 백화점과 여러 상점들, 인구이동이 많아 손쉽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친구 만나기도 쉬워 자주 찾고 있죠”라며 “서울 한가운데 위치하지만 강남보다는 서민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도록 여러 군데 꾸며놓은 것 같은데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들뜨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거리를 수놓은 크리스마스 조명들의 반짝임은 연말이 다가옴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보정고 3학년 최윤정(19) 양은 “이번에 수능이 끝나서 친구들과 만나 쇼핑도 할 겸 명동으로 약속을 잡아 오게 됐다”며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장식이나 관련된 물건들을 팔고 있어 이제 곧 한해가 끝나는 것이 실감나요”라고 말했다. 명동 거리를 보면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 커플들, 쇼핑 하러 나온 가족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대학생 허윤선(21) 양은 “연말 되면 특별한 사람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인데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기엔 명동이 적격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명동의 거리는 쇼핑, 먹거리, 까페, 쇼핑몰 내에 설치된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가 결합된 장소이다. 명동에 대한 매력으로 허 양은 “항상 명동은 사람들이 많아 생동감 있고 활기차다”고 말했다.

#4. 추억이 남겨진 그 곳
요즈음 경제불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불황에도 주말 오후 명동거리는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명동에 있는 쇼핑몰 내 마련된 무대에는 연일 행사가 펼쳐진다. 기자가 찾아간 주말에도 댄스경연대회가 한창이었다. 댄스를 관람하던 직장인 김정기(25) 씨는 “얼마 전 친척동생이 여기서 처음으로 상을 타 응원하러 왔었다”며 “친척동생에게 꿈을 실어준 무대라 명동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명동은 누구를 불문하고 서울에 오면 한번쯤 꼭 찾아와야하는 명소로 꼽힌다. 그에 대한 매력으로는 사람이 넘쳐나는 거리와 강남권에 비해 서민적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사람들이 답했다. 명동에서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고 말한 김혜선(21) 양은 “첫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이브 날 들뜨는 마음으로 명동을 찾아 사람들 속에서 걸어 다닌 것이 기억이 난다”며 “명동에 사람이 너무 많아 줄서서 저녁 밥 먹고 집에 갈 때 고생했지만 첫 남자친구와 첫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서 그런지 명동은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게 해주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어느 곳이든 그 장소가 사람마다 특별한 추억으로 자리 매김을 해서 다시 찾게 만들기도 한다. 명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이 있는 한 어떠한 경제한파에도 명동의 불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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