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여성중흥시대(女性中興時代)
⑪ 여성중흥시대(女性中興時代)
  •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 승인 2008.12.02 11:42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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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 교수님 저는 한 때 ‘여성 할당제’를 지지할 정도로 여권 신장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반대입니다. 요즘은 저를 비롯한 남성들의 목소리가 묻혀(?),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남자들이 양성평등을 외쳐야 할 정도가 된 요즘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답] 우리 현대사에 소위 민족중흥의 시대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때가 있었는데 그 말속에는 약소국이며 가난국인 것을 떨쳐버리자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요즘 들어서는 사회 전 분야에 전 방위로 여성들의 대약진이 두드러져 가히 여성 중흥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더 이상(?) 여자는 약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고 나서서 선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주지하듯이 근자에 각종 시험에서, 특히도 과거에 여성들이 기피했던 직종에 이르기까지, 여성 진출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서도, 행정사법외무 고시에서도, 일반 각종 기업공채에서도, 그리고 좀 꺼렸던 경찰 군인 철도 건설 분야에도 여성이 다수 합격하고 있다.

직종에 따라서는 수석도 휩쓸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교육계 초중고 교사의 경우는 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여자가 독차지하여 거의 禁男 수준이 되었다고 듣는다. 그러나 좀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라서는 안 될 일이다. 인구의 반이 여자이고 남녀의 능력은 대체로 비슷할 테니 사회 진출도 당연히 반은 여자가 차지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자는 남자만큼 유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았거나 그들의 사회진출을 쉽게 허락하지도 않았었다. 필자의 80대 어머님은 지금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렸을 적에 교육을 허락하지 않았던 당신의 아버지와 오빠를 늘 원망하신다. 요즘 같아서야 남여성이 동등하다는 생각때문만이 아니라 이제는 남자 여자가 함께 벌지 않으면 장차 부부로서도 동시대인들과 더불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라도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로서는 굴절의 역사가 이런 남녀평등과 여성발전의 시대의 도래를 더욱 더디게 하였다. 이미 한 세기 이전에도 개화파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서재필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독립신문활동을 하면서 우리 조선도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조선 진흥을 위하여 함께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던 기록이 있다.

이어진 반세기는 식민으로 기회가 없었고 그 이후 또 반세기가 걸려서야 여성이 교육과 자강으로 성장하여 이제 남성과 반듯하게 서는 것이리라. 사실 나라 밖에서의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단어는 이미 무색한 수준이다. 많은 나라에서 벌써 그들의 대통령이나 수상을 여성으로 선택할 정도다.

영국의 대처가 세 번씩이나 수상에 선출되었던 것을 비롯하여 핀란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리베리아 칠레 등에서도 여성 지도자를 배출하였다. 지난 번 미 대선에서는 Hilary Clinton이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 바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도 다음에는 여성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벌써부터 흥분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남녀가 평등하면서도 한편으로 남자가 여자에게서 배울 것은 없을까. 학원가 새벽 강의에는 수강생의 대부분이 여자라고 한다. 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들어가 보면 마지막까지 남아서 답을 쓰는 소수 사람들은 대개가 여학생들이다. 우리사회 평균수명으로 따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거의 10년이나 더 산다. 여자들이 더 근면하고 더 집중하고 덜 서두르고 덜 다투기 때문만은 아닐까.

이제는 우리사회 일각에 남아있는 구시대의 편견의 잔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만민평등 자유개인주의 남녀공존공영 민주주의 등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려는 시민의 갖추어야 할 최소의 노력이자 예의다. 남존여비랄까, 여자는 안 된다든지, 그래도 남자가 해야지… 따위는 말할 필요도 없이 버려야 하고 세상을 너무 굳어진 이분법적 구도로 나누어 대립적으로 남자 여자로 보는 것도 삼가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관습의 횡포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異性일 뿐이다는 어느 여성운동가의 호소가 기억난다. 작금의 여성중흥의 현상은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사회로 가는 길목에 보이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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