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코리아노사우루스
56) 코리아노사우루스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8.12.02 11:48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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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난주는 ‘공룡 주간’이었다. 지난 주 초 EBS에서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한반도산 공룡 주연의 컴퓨터그래픽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다소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이 군데군데 보이기도 했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주라기 공원” 못지않은 공룡 묘사의 사실성과 과학적 근거가 돋보였다.

목요일부터는 사흘 간 과학교육과 학생들과 함께 경상남도 고성군 덕명리 해안의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 남겨진 공룡발자국화석산지로 지질 답사를 다녀왔다. 이곳은 전라남도 해남의 우항리 지층과 더불어 중생대 한반도에 번성했던 온갖 종류의 공룡 흔적을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산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공룡 연구의 시작은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 공룡에 관심을 가진 지질학자는 매우 드물었다. 1982년 경남 고성에서 공룡발자국이 2,000개 가까이 발견되면서 한반도에서의 공룡 연구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고성 덕명리 해안의 공룡발자국 화석은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것이 많아 관광 상품으로서도 가치가 크다. 이후 영남 지역 여기저기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어느 정도 넓은 지층면이 보이는 곳은 거의 모두 공룡발자국이 발견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1년 4월 전남 해남군 우항리 일대에서 공룡은 물론이고 익룡과 새의 발자국이 대거 발견되었다. 특히 우항리의 익룡 발자국 화석은 아시아 최초였다. 이처럼 한반도에 공룡의 흔적이 많다보니 우리말이 붙여진 공룡 이름도 여럿 된다.

1979년 경북 의성에서 종아리뼈, 발톱, 이빨 등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당시 발견된 공룡과는 전혀 다른 육식 공룡으로 생각되어 코리아노사우루스란 이름이 처음 붙여졌다. 사우루스는 도마뱀이나 파충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공룡 이름에 많이 사용된다.

이후 이것이 데이노니쿠스의 일종으로 알려지면서 Deinonychus Koreanensis란 학명을 갖게 되었다. 또, 1973년 부산대 김항묵 교수는 경북 의성군 탑리의 길옆에서 발견된 대형 공룡 뼈화석들을 토대로 Ultrasaurus Tabriensis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고생물학계에 보고했다.

이 학명에도 ‘탑리’란 우리의 지명이 들어 있다. 1993년 부경대 백인성 교수가 경남 하동 앞바다에서 보존이 잘 된 공룡 뼈화석을 발견하여 국제 학계에 보고했는데, 그 학명이 Pukyongsaurus Millennium이다. 부경대의 ‘부경’, 2000년에 학계에 보고했다고 해서 밀레니엄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해남 우항리 발자국 화석군에서 발견된 신종 익룡인 Haenamichnus Uhangriensis도 있다. 이 익룡은 걸을 때 네 발을 사용했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신종 공룡의 이름은 최초 발견자가 붙인다. 공룡의 생태적, 신체적 특성, 발견된 곳의 지명, 발견한 사람의 이름 등을 작명 시 고려한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견, 등록된 공룡 이름은 한결같이 발견된 곳의 지명이 반영되었다. 개인보다는 지역과 국가를 우선 생각하는 우리의 잠재의식이 또 확인되는 사례다. 무려 50억 원이나 들여 제작된 “한반도의 공룡”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주로 어린이들의 호기심 대상이었던 공룡이 한반도 중생대 지질 환경을 파헤치기 위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거듭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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