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이태숙(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8.12.02 19:46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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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어찌할꼬? 우리의 고민이다. 물론 독도는 우리 땅이다. 하지만 일본과 툭하면 이 문제로 분란이 생기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우리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이긴다는 말이다.

먼저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일본이 어떤 상대인지를 알아보자. 일본은 독도뿐만 아니라 인근의 섬을 두고 주변 나라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를 중심으로 중국과는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영토분쟁의 이면에는 역시 막대한 천연자원이라는 경제적 이익이 내재해 있다. 일본과 전쟁을 하던 미국은 이전에 상대했던 적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일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항복을 할 만한 상황에서도 항전하는가 하면, 성역으로 여겨지던 교회를 공격하는 등 서구인의 가치관에서 일본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 대해 연구했던 루스 베네딕트는 서구와 다른 일본의 문화적 가치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의리를 중시하고 수치를 부끄럽게 여기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 흔히 우리가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부르는 문화이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는 우리의 선비정신과 대비된다. 하지만 사무라이와 선비의 대비는 일본을 비하하고 우리 전통을 높이 평가하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솔직히 공평하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우리 역사 안에서 민족성을 드러내는 예로 의병이나 승병의 예를 들어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싶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관군이 일본군에게 판판이 깨지고, 그들이 파죽지세로 한양을 향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때, 곳곳에서 일본군을 격퇴한 것이 정규군이 아닌 의병과 승병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승병은 조선시대에 와서 불교가 억압받으면서 고려시대의 화려한 시절을 상기할 수 없을 정도로 쇄락의 길을 걸어오고 있던 형편이었다. 그런 불교의 승려들이 나라가 국난의 위기에 처하자 방방곡곡에서 일어나 힘을 보태었던 것이다.

의병도 마찬가지이다. 의병을 일으켰던 선비들은 이른바 벼슬을 얻지 못한 한미한 처지였다. 국가에서 녹을 먹은 적도 부름을 받은 적도 없었던 그들 역시 국난의 위기에서 의롭게 일어나 힘을 보태었던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정서를 알렸던

최근의 예로는 2002년의 '붉은 악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메웠던 놀라운 함성은 한국 축구 4강의 위업 달성보다 어쩌면 더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누가 불러내지 않았어도 너도 나도 어깨를 얽고 목이 터지게 외쳤던 그 순간들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 바탕에 놓여있던 것은 '신명'이었다. 흥이 나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그런 결집력이 우리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논란은 많지만 나는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 운동'이 바로 그런 '신명'의 예라고 생각한다.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에서 '신명'의 운동을 일으킨 역사적 사례이며, 국민에게 그런 신명을 가능케 했던 것이 지도자로서의 박정희의 리더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결론을 내보자. 자신의 이익에 끈질기게 집착하는, 수치를 두려워하고, 혼내(본심(本心))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과 신명의 국민성이 끝나지 않는 역사적 갈등을 중심으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수치이고, 우리가 잘하는 것은 신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의 신문들에 등장하고 있는 독도 광고는 우리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반크를 중심으로 한 동해 표기운동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저열한 전략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그들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전략, 이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다.

일본의 도발에 강경대응 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강경대응 할 필요도 없지만, 무시할 사안은 더욱 아닌 것이다. 우리의 신명을 바탕으로 한 신나는 독도 지키기, 지금 우리부터 함께 해보자.

이태숙(교양학부) 교수
이태숙(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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