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회 일로의 남북관계
악회 일로의 남북관계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8.12.02 19:57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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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냉전시대로 돌아 가자는 건가?

최근 우리나라와 북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10월 28일 남한 시민단체들이 북측을 향한 삐라 살포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선제 군사공격을 하겠다는 경고를 보냈고 지난 24일에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등의 인원을 축소하고 개성관광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북한이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기까지의 과정은 더 심각하다. 남북관계가 최악을 달리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현 대치 상황에 대해 ‘북한이 자세를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북한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우리 쪽도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북한 길들이기’로 이번 기회에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북한 길들이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최후의 궁극 목표’라는 발언에 이어 여당은 ‘내부 동요 막으려 북한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 ‘개성공단 등을 통해 이득을 누가 보는데, 허리 굽혀가며 대화하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등의 문제성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대북관계를 이렇게 강경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개방’ ‘한반도 대운하’ 등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충분한 대화 없이 이루어져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논란만 일으켰었다. 이번 대북 대응은 이제까지와 같이 북한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대응을 통해 봤을 때는 지금까지 있었던 ‘밀어붙이기’와 같은 부적절한 대응의 반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일방통행식의 대응과 모호한 입장 표명은 상대인 북한에게도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물론 북한의 고집스럽고 일방적인 태도도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

정부의 말처럼 언제까지나 북한의 요구를 받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강경정책도 그다지 미더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이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우리도 타협을 포기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뤄내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솝우화 중엔 두 마리 염소가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길을 양보하지 않다가 두 마리 다 물에 빠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와 비슷한 것 같다. 서로 타협하지 않고 지금처럼 서로가 양보하기를 바란다면 두 나라 모두 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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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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