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구빈법과 맬더스(Thomas Robert Malthus)
⑦ 구빈법과 맬더스(Thomas Robert Malthus)
  • 서문석(경제) 교수
  • 승인 2008.11.11 14:35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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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위축에 따른 빈곤 문제

주가지수의 폭락과 투자자들의 동요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주 결국 주가지수(KOSPI) 1,000포인트가 무너지고 일부 투자자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투매에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는 삶의 희망을 버리는 투자자까지 생기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왜냐하면 금융시장은 자본주의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시장의 위기는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경기위축으로 인해 조세수입이 감소되고 기업의 도산이나 서민생활의 파탄을 지원할 자금이 더욱 많이 필요해지게 되어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은 자금부족현상이 나타나 투자나 대금결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생존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소비를 담당하는 가계는 기업의 투자나 생산위축 때문에 고용이 불안하게 된다. 어쩌면 구조조정과정에서 해고당할 수도 있고 취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급하게 써야할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빌렸던 돈에 대한 이자율이 높아져서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심지어는 길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 마치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빈곤 문제를 보면서 ‘구빈법(救貧法, Poor Law)’을 논의했던 영국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구빈법이 본격적으로 논쟁화된 것은 영국의 산업혁명과정에서 농촌으로부터 밀려난 농민들이 도시의 거리에서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들에게는 구걸이외에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물론 구걸조차 어려워지면 그들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을 수밖에 없었다.

귀족과 권력자들이 모여 살던 도시는 이들 때문에 불편함을 겪기 시작하였다. 이들을 구휼하는 것은 이들 뿐만 아니라 귀족들의 삶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나가는 데에도 필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법으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구의 증가를 억제해야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목사이면서 경제학자였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맬더스였다. 그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빈곤과 악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근이나 질병 등으로 인구가 자연적으로 억제되는 것과 더불어 결혼을 연기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인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구빈법을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인구의 증가를 불러와 빈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그의 주장은 빈곤을 사회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본성이나 생물학적 문제로 파악하려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마르크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난한 노동자들의 소비부족 때문에 비생산적인 상류층의 사치적인 소비조차도 유용하다는 주장은 유효수요론의 확대를 주장했던 케인즈에 의해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맬더스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맬더스와 같이 우리는 이제 경기위축과 이에 따른 빈곤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전세계적인 위기이기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는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서문석(경제) 교수
서문석(경제)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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