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의 '말'
빈 수레의 '말'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11.09 13:53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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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 어느 집단이나 꼭 있는 ‘빈 수레’의 공통점은 건전한 비판이 아닌 요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참여할 수 있는 상황과 위치에 있으면서도,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늘 수수방관 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 수많은 비난을 쏟아낸다.

똑같은 말을 해도(또는 글을 써도) 말과 글로는 표현되지 않는 제스처나 행간의 의미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로 비판과 비난을 알게 된다. 그래서 빈 수레의 불평불만과, 애정과 관심 어린 비판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죽전캠퍼스 이전과 천안캠퍼스 3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대학발전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있다. 대학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거시적인 발전계획이 마련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입학관리처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입시제도가, 대외협력실을 중심으로 발전기금 모금 및 대학 홍보를 위한 논의가, 산학협력단과 교무처를 중심으로 연구 지원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곳에서 우리대학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 보완이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 되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대학에 대한 애정과 관심 어린 비판의 장소’이다. 대학도 조직이다. 때문에 아무리 상아탑이라 해도 ‘빈 수레’는 있다. 대학에서 나는 요란한 불평불만은 재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웅성웅성> 게시판에서도, 대학 본관에서도, 그리고 심지어는 수업중의 강의실에서도 들려온다.

“수시 면접을 보며 느끼는 건데 왠지 점점 우리대학 응시생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나 한 술 더 떠 “대학이 이전을 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는 식의 말들이 강의 중 일부 교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수시 면접에 대한 ‘개인적 소감’에 가까운 불평불만이 공적인 자리와 시간에서 들려온다. 비록 일부이기는 해도 대학발전을 위해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황과 위치에 계신 분들의 ‘비난’이라 더욱 아쉽다.

지난달 28일 만난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종욱 단장은 “연구과제 신청 수와 선정 수로 판단할 때 단국대학의 연구실은 타 대학의 연구실에 비해 일찍 불이 꺼지는 곳이 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를 근거로 비슷한 규모와 명성의 대학과 비교해 볼 때 연구풍토와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지

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기사마감을 하느라 늦은 밤 캠퍼스를 내려오다 그 시간까지 불이 켜진 연구실을 찾아봤다. 학생, 교직원, 동문이라는 대학 3주체 중 대학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분들의 열의 역시 대학 이전과 함께 점점 식어가는 것은 아닐까. 교수사회를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는 한동대와 한림대, 그리고 부산외대와 같은 몇몇 지방대학을 보며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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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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