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公敎育) 불씨 살린 참스승들에게 박수를
공교육(公敎育) 불씨 살린 참스승들에게 박수를
  • 권용우(법학) 명예교수
  • 승인 2009.01.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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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의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16개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후원하는 ‘2008 올해의 스승상’ 시상식이 있었다. ‘올해의 스승상’은 2002년부터 시행되어 2008년으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시상식에서 상패를 받아들고 환히 웃는 수상자들의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선생님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시다. 어떤 선생님은 19년간 고3 담임을 맡아 진학지도에 혼신의 힘을 쏟기도 하고, 또 다른 선생님은 ‘아름다운 꽃은 인성교육의 으뜸’이라는 생각으로 청소년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들꽃을 심고 가꾸면서 인성교육에 몰입했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29년간 ‘글짓기 교실’을 열어 방과 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동시(童詩) 짓기를 지도하였으며, 또 이주여성(移住女性)들을 상대로 ‘나도 이젠 대한민국 아줌마’란 이름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매주 토요일마다 글짓기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 선생님들의 열정을 좁은 지면에 어찌 모두 옮겨 적을 수 있겠는가. 다만,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소신을 갖고 교사 일을 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이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가겠다는 사명감으로 교단을 지키고 계시다”라며, “학생을 위해 헌신하시는 선생님이 우대받는 교직풍토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열정과 신념으로 묵묵히 2세 교육에 헌신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이념갈등이 두드러져서 교육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이로 인하여 학생들은 교육의 뒷편 저 멀리로 보내졌다. 2003년 3월,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상목(徐相穆) 교장 선생님이 전교조와 갈등을 빚어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증폭된 ‘교단갈등’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시행을 둘러싼 찬 ‧ 반으로 이어지면서 그 도를 더해갔다.

NEIS의 폐지를 요구하는 전교조는 학생들을 상대로 반(反) NEIS운동의 일환으로 ‘정보인권 공동수업’을 벌이면서 많은 학교에서 NEIS시행에 찬성하는 교장이나 정보화 담당 교사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었다. 전교조는 NEIS철회를 요구하며 연가(年暇)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에 학생들은 교실천장만 바라보고 할 말을 잊었다.

‘교원평가제’를 놓고도 교육현장의 갈등은 만만치 않았다. 작년 9월, 전교조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교조가 이제라도 교원평가 찬성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전교조내의 반발에 부딪쳐 사표를 낸 일이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2.1%가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교조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또,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는 작년 10월 14-15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 초6, 중3,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에 학생들이 불참하도록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강원도 동해시 학부모들이 “앞으로는 평가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조치하고,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지도 ‧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하는 진정서를 지역 교육청에 제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교육현장의 갈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작년 11월 27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현대사 특강’이 열릴 예정이었던 어느 고등학교 앞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몰려와 학교측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편향 의식화 교육, 역사왜곡 특강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전교조 교사들은 특강을 하기 위하여 학교로 들어가려던 강사가 탄 승용차를 가로 막기까지 했다. 고교생들의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길러주기 위하여 마련된 ‘현대사 특강’은 그 시작부터 이념갈등의 덫에 걸리는 꼴이 되었다.

문제는 갈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서의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피교육자인 학생들이다. 우리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교육현장의 곳곳에 이념갈등이 산재되어 있는데, 열정과 신념으로 2세 교육에 묵묵히 정진한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그런데, 요즈음 초 ‧ 중 ‧ 고교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고통은 이념갈등에서 오는 것뿐만이 아니다. 학생 ‧ 학부모에 의한 폭행 ‧ 협박도 견뎌내기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작년4월, 어느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담임인 여교사가 “종례(終禮)를 빨리 끝내라”며 교실을 나가는 학생을 제지하다가 그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사건은 한 초등학교에서도 일어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작년 5월의 일이다. 서울 강서구 어느 초등학교에서 6학년 김모 학생(12세)이 자신을 훈계하는 여교사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여섯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혔다. 학생의 잘못을 나무라는 것은 교육의 일부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 “나를 보고 착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곧 나의 적이요, 나를 보고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곧 나의 스승이니라”(道吾善者는 是吾賊이요 道吾惡者는 是吾師니라)는 경구가 있다. 학생의 잘못을 꾸짖는 교사가 참스승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잘못의 꾸짖음’이 폭행으로 되돌아온다면 교사의 설 땅이 어디란 말인가?

또, 한 보도에 의하면,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자퇴한 학생의 학부모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조선일보 2008. 4. 9),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우리 나라 초 ‧ 중 ‧ 고교 교육현장의 현재의 모습이다. 이토록 이지러진 교육현장에서 수많은 갈등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오로지 2세 교육만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수상자 중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로부터 ‘행복 선생님’으로 불러진다고도 했다.

이 선생님의 주머니에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나눠줄 초콜릿과 사탕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오전 6시에 승용차로 집이 먼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오고, 밤 늦게까지 공부한 학생들을 데려다 주는 일을 3년간 계속했다고도 한다. 참으로 경의로운 일이다.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33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무엇을 했는가?’를 자문해본다. 아무 것도 보여 줄 것이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권용우(법학) 명예교수
권용우(법학) 명예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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