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공간의 정체 2부 :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과 펑크한 태도의 출몰
⑨ 공간의 정체 2부 :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과 펑크한 태도의 출몰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6 졸)대한주택공사연구원
  • 승인 2009.01.05 17:21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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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왜곡시키는 거대한 힘의 논리

공간의 영혼 10부 글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지난 12월27일(200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200여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한 AP 기사와 맞닥뜨렸다. 그 기사와 함께 전세계 뉴스망을 타고 있는 사진-이미지는 혼돈의 공간을 적날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공간지형은 확실히 힘의 논리에 의해서 공간의 위계를 재편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리-지형은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상위체제의 논리를 하향주입으로 집어넣는 일렬의 행태 속에서 공간은 일그러지고 공간의 색깔에 대한 정체성을 강요받는다.

▲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지역의 무너진 국경벽 앞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앞서 던져진 질문 하나. “공간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공간 위의 힘의 균형을 설정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간 위를 수놓는 힘의 자장이 공간을 이기적이게 하는지?” 공간 위를 수놓는 힘의 자장이 공간을 이기적이게 하고 있다.(그러나 그 역을 살펴보아야 한다.)

2차대전 이후 가장 비열한 싸움 중의 하나인 르완다 내전의 불씨는 후투족과 투치족간의 불화 때문인 것 같지만 그 불화의 도화선은 과거 벨기에의 르완다 식민지 정책에서 보다 극적으로 불거지게 되었다. 르완다의 소수족인 투치족을 편애하는 차별정책을 통해 종족간의 힘의 경계를 설정하여 벨기에는 식민지 통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식민통치 이후 권력 헤게모니가 공간상에서 사라지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아이들은 살인기계-소년병으로 훈련되었으며 상대의 공격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신체절단이 자행되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역시 공간-영토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파워게임이었다. 한국전쟁은 민족 간의 전쟁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의 균형을 위한 대결이었다.

이상한 점은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데탕트 되어버린 시대에 외상처럼 공간의 분리된 상황을 고착화시킨 채로 새로운 왕정-프로토타입의 영토로 이북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힘의 위계가 이항대립에서 벗어나자 공간 스스로가 세습왕조의 정치체제 안에서 이북을 게토화 시켜버린 셈이다. 이것은 마치 공간 자체가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공간을 왜곡시키는 것은 비단 힘의 논리만이 아니다. 경제적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공간은 끊임없이 침투 받는다.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 호수주변에 있는 시카고 곡물거래소에서는 세계 금융자본의 투기가 전 세계 식량 수요-공급선을 왜곡시키고 있다. 미국의 컨티낸탈크레인 같은 대형 거래상들의 투기조작을 통해서 식량품목의 가격이 결정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농업기술의 도입과 선구적인 지도자의 농산품 재배확산을 통해 자국 내 식량 수요를 충당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계 식량자본가들은 대량으로 곡물을 덤핑하여 가격선을 무너뜨리고 빈곤국가의 노력에 의한 개선상황을 무력화시킨다. 대자본은 무너진 가격선으로 빈곤국가의 경쟁력을 빼앗은 뒤 사재기를 통해서 시장의 품귀현상을 조장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자본가들의 일방적인 시장가격 설정이다. 이런 상황은 공간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시장메커니즘은 이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이에 대한 저항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공간적 국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간 속에서 출몰하는 저항은 상당히 전복적인 기세를 나타난다.

공간상에서 질서가 편중된 논리에 연연할 때 공간적 상황은 이를 수용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량의 생화학무기 제거 등을 이라크를 향한 전쟁논리를 내세웠지만 미국은 이미 이라크가 미국의 대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 부시대통령 시절 사막의 폭풍작전 시 미군은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하다가 바그다드 수백킬로 지점에서 후퇴했다. 후세인이 제거되면 이라크의 시아파 세력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설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라크의 시아파와 이란의 관계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은 공간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일련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고자 한다. 차후 아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를 공격하고 점령하였다. 그러나 저항은 그 시점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특별히 대도시에서는 문화의 이름으로 펑크한 저항이 시작될 때가 있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에서 3차대전 이후 폐허가 되어 버린 동경 이후의 재건된 네오동경을 배경으로 체제반항적인 바이크갱단이 도시를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기도록 한다.(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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