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⑫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 승인 2009.01.05 17:46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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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은 대립이 아닌 공생관계,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 회복해야

[우문] 과거 미국이 ‘신대륙’이었던 시절, 이 땅의 토착민이었던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으로 내몰던 미국인들을 향해 인디언 추장 시애틀이 했던 연설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고, 때문에 자연과 사람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땅’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답] 며칠 전 불교의 승려 한 분이 5년간 托鉢로 전국을 돈 수행을 마쳤다는 뉴스가 있었다. 3만리 국토순례의 마감에 즈음하여 기자에게 피력하는 소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취지였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자연이 파괴되면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위협을 주는 자연이 되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서로 잘못되게 이해하여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해악을 가져다주는 적대관계로 사람관계가 전락하였다는 비판이며 이를 위한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반성적 성토였다.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지나친 소유욕은 결국 재앙이 되어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올 것이며, 지나친 이기주의적 소유욕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좋은 관계정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고 병들게 만들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의 저서 What I Believe에서 Bertrand Russell도 유사한 취지의 인간관과 자연관을 소개한다.

우선 자연과 인간은 대립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것이며 자연이 인간의 소유거나 부품이 아니라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인간이 자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치철학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주도하고 자연을 선의로 활용할 수 있을지라도 그래서 자연 위로 인간이 군주일지라도, 자연철학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인간은 자연의 경미한 일부에 불과하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또한 기본적인 시기와 질투가 있고 그래서 원천적 경쟁심이란 피할 수 없을 터이나 그런 미움을 자기계발의 동력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인간개조운동이 필요하며, 한편 인간의 마음 속 깊은 내면에 내재하는 긍정의 힘을 공생의 원동력으로 살려서 공존공영 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넓게는 세상은 자연Nature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자연은 물리적 자연Physical Nature과 인간적 자연Human Nature으로 나누어진다. 우리 인간정신이 제1철학이 되어 해석해야 한다면 결국 두 관계가 성립할 것이다. 하나는 인간 즉 인간적 자연과 물리적 자연과의 관계이고The Relation between Human Nature and Physical Nature, 다른 하나는 인간 즉 인간적 자연과 다른 인간적 자연과의 관계다the Relation between Human Nature and Other Human Nature.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대체로 자연을 인간보다 下手로 보았다. 서양의 J. J. Rousseau나 동양의 老子정도를 예외로 하고는, 高手는 고사하고 對等하게 보지도 않았다. 한때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라고 강변하였던 인간이었다.

이제는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자연의 손상과 파괴가 가져오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앙에 인간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과 인간관계는 어떠하냐. 그간 우리는 서로 간을 너무 긴장과 경쟁과 적대로 유지해 온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네가 죽어야만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지 않았나 하는 성찰을 해보아야 한다.

벌써 20세기에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지 않았는가. 그것도 부족해서 아직도 지구 도처에서는 쉼 없는 싸움으로 영일이 없다. 사실 서양에서 출범한 자유주의 사상안에는 개개인의 자유를 향한 긍정의 프로젝트 가득 들어있으며, 동양의 孔子 사상안에도 개개인의 행복을 향한 긍정의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극단적 독단과 이기주의로 치닫는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집단과 집단이, 그리고 국가와 국가가 치고받아야 하는 현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하위 手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과거는 과거라 치자.

현재와 미래의 21세기에는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회복하여야 한다. 미국 인디언의 격언에 “지구는 우리가 쓰다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서 잠깐 빌어쓰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인간과 인간의 상생의 관계 또한 절실하게 복원되어야 한다. 이 땅에 처음 나라세웠던 우리 선배들은 弘益人間을 건국의 이상으로 삼지 않았던가. 그것이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이 지구상에서 살다가는 방법이다.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황필홍(문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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