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애교심의 해
2009년, 애교심의 해
  • 단대신문 편집부
  • 승인 2009.01.05 18:05
  • 호수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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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켈로비치는 자신의 저서 『Coming to Public Judgement』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허약한 여론(public opinion)으로 인해 미국의 민주주의는 병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허약한 여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9년부터 11년간 영국 수상을 지낸 마거릿 대처는 당시 노동자 계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친시장적 경제 정책을 고수하며, 결과적으로는 영국 경제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여론에 의해 작동한다는 민주주의의 원리가 적용됐다면, 그래서 영국이 ‘당장 여론에 호의적인 정책들’을 남발했다면 영국의 경제 사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지난 해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 완간과 천안캠퍼스 개교 30주년을 평가하는 세간의 시선에서도 허약한 여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한대사전』의 경우 98년 우리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외부 출판사에 지금까지 해 놓았던 결과물을 인세를 받고 넘기자”는 여론이 대학 일각에서 있었으며, 총장이 바뀔 때마다 ‘대사전 편찬사업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단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한 우여곡절의 사업이었다.

천안캠퍼스 역시 ‘최초의 지방 캠퍼스’라는 말이 지금은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됐지만, 30년 전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장충식 명예총장은 단대신문과의 인터뷰(2008년 9월 2일 자)에서 “지역 사람은 물론 대학 내에서 나와 가깝게 지내던 간부들도 상당수가 왜 그러한 무모한 일을 하느냐며 말렸다”고 회상할 만큼 반대 여론이 강했던 사업이었다.

“『한한대사전』 완간을 통해 단국대학을 다시 보게 됐다. 이런 사전과 대학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취재를 나온 도올 김용옥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의 주목 속에서 “인세를 받고 넘기자”던 여론은 사라져 버렸다. 마찬가지로 “천안캠퍼스의 성공을 통해 단국대학교의 미래를 밝게 확신할 수 있다”는 외부 인사들의 평가와 WCU 선정 등에 힘입어, 이제는 더 이상 천안캠퍼스를 ‘무모한 사업’이라고 부르는 목소리도 없어졌다.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만들어진 정책이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얀켈로비치가 그의 저서에서 주장한 것은 “여론을 믿지 말라”가 아니라 “여론의 질을 높여야 한다”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일관성과 견고성이 담보된 질 높은 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공중(public)이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본부에서 교수들과 재학생들의 현장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 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구성원들의 무관심도 적어지고 질 높은 여론도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약한 여론도 조직 사회에 독(毒)이지만 구성원의 무관심 역시 조직을 썩게 만든다. 30년간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가 인정하는 위업을 달성한 그 끈기가, 이제는 구성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다. 2008년이 ‘자부심의 해’였다면 2009년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애교심의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단대신문 편집부
단대신문 편집부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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