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편집팀
  • 승인 2009.01.05 09:38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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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지만, 그것이 곧 ‘이야기’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생산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종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이른바 ‘디지털시대의 글쓰기’라고 설명되는 인터넷을 이용한 창작방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로 인해 문학예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야기가 문학예술의 근간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야기의 생산이 곧 문학예술의 창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은 보다 정제된 형식을 갖춘 이야기이고,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독자와의 소통을 도모하는 창작 활동이며, 그로 인해 마침내 독창적인 의미를 형성하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작품들을 제외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되었다. 우선적으로 논의된 것은 소통을 고려하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오로보로스 사냥꾼>, <C가 쓰지 않은 비망록>, <하우스 마마>, <어느 특별한 하루>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자신의 처지와 심경에 대한 고백에만 그치는 것은 문학 이전에 이야기로서의 결격사항이다. 적어도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형식과 상상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엄마는 팬클럽>과 <달콤한 동거>는 희곡을 표방했으나 TV드라마 대본이었다. 이 역시 이야기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학이라 보기는 어렵다. 대본은 영상화를 위한 준비단계이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제외된 것은 형식의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독창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 즉 기존의 드라마에서 익히 다룬 내용을 별다른 고민 없이 반복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해피엔딩> 역시 기존 소설과 변별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림자와의 만찬>과 <인어공주>는 SF와 추리라는 장르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이러한 장르야말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들 작품에는 상상력만 있을 뿐 그를 형상화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남은 작품은 <옵세션 하우스>와 <치켜들기> 두 편이었다. 이중에서 <치켜들기>는 구체적인 형상화가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앞서 논의된 작품들의 문제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여 가작으로 결정되었다. 그에 비해 <옵세션 하우스>는 주인공의 심리를 집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표현하는 수법, 속도감 있는 이야기 진행, 안정적인 문장 사용 등이 돋보였다.

인물의 행동 이유가 다소 불분명하고, 최근의 소설 경향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여타의 작품에 비해 문학적 형상화가 면밀히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심사위원:박덕규(문예창작·소설가) 교수, 강상대(문예창 작·평론가)교수, 최수웅(문예창작·소설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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