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
시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편집팀
  • 승인 2009.01.05 09:56
  • 호수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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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인간 정신의 정수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정신의 층위가 단순화되고 기계화되어 간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세간에 각종 문예지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시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이제 더 이상 낙원과 낙원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문학상 시 부문에 투고된 작품에서도 현대의 그 짙은 음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총 49편의 시 전체를 두고 한편씩 읽어가며 현대 젊은이들의 고뇌와 시 정신을 점검하였다. 그 결과 형식적인 면에서 서툰 작품과 시 공부에 대한 밀도 있는 작업이 필요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몇몇 역작에서 볼 수 있는 실험정신과 기교의 힘은 어느 기성 작가에 뒤지지 않는 저력을 지니고 있어 본교의 문학마당이 결코 만만치 않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투고한 작품에서 오직 한편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같이 투고한 작품까지 견주어가며 면밀하게 읽었다.

그 결과 최종 손에 남은 작품으로는 김경태(독어독문학전공, 죽전)의 <동충하초>, 주하림(문예창작과, 천안)의 <보일러>, 정미화(문예창작과, 천안)의 <흔들리는 골목길>, 박태연(문예창작과, 천안)의 <마비사막> 등이었다.

이 중에서 <동충하초>는 소재가 지닌 특수한 상황을 통해 한 여자의 편린된 삶을 형상화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궁극적으로 시가 목표하는 메시지의 구현이 부족하였으며, <흔들리는 골목길> 역시 구상된 상황을 통해 보다 긴밀하게 아버지의 삶을 그려냈더라면 좋은 평을 받았을 것이다. 이외의 두 작품 <마비사막>과 <보일러>는 끝가지 심사위원의 측량을 저울질하며 남았다.

특히 <보일러>는 숨 가쁘게 전개되는 박진감과 섬세한 표현이 긴장을 풀지 않고 진행되어 돋보였다. 그리고 동봉한 <그녀의 수제화> 역시 역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에 반해 <마비사막>은 치열한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단편적인 일화를 확대시켜 정서적인 끈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시의 힘은 정서에서 온다는 믿음이 심사위원들을 흔들었다.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낙선한 위의 작품들이 언젠가는 모두 훌륭한 예비 시인의 작품이라는 믿음에 모든 심사위원들은 공감한다. 부단한 건필을 부탁한다.

심사위원:김수복(문예창작·시인) 교수, 양은창(한국어문·시인) 교수

단대신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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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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