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
등록금 동결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
  • 이옥수(문예창작·4) 양
  • 승인 2009.03.03 22:40
  • 호수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초, 대부분의 대학이 매학기 6~9% 수준의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올해는 80%가 넘는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였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는 경제 위기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대학 측의 배려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학교와 등록금 동결을 위해 노력한 총학생회에 감사 아닌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배려이자 가계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누군가를 잊고 있지 않은가? 먼저, 그동안 등록금은 왜 올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등록금을 올릴 때 대학 측은 한결같이 ‘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학 자립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예산을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외국의 대학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 등록금이 최대 수입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 따른 고품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예산 충당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등록금이 오르는 만큼 교육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을 낳는다. 대학의 청사진 없는 예산 정책이 등록금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측의 입장이 아니라 정부다.

대학이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가 아닌 단순 예산을 주목적으로 한 등록금 책정을 하지 않고, 학생이 높은 학비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지 않기 위해서 대학과 학생이 움직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대학과 학생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인재 양성이라는 차원에서 등록금 문제를 다루어야한다.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책정에 적절한 개입을 해야 하며, 기업에는 기부금 조성을 촉구해야한다. 대학의 자율이자 권한이라는 이유로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존중이 아닌 방관에 가깝다.

고등 교육을 받은 인재 양성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적정 수준의 개입을 통해 불합리한 등록금 책정을 막아야한다. 여기에는 고공행진 하는 등록금에 대해 인하와 동결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의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개입되어야 한다.

또한,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에게 그에 따른 인재 양성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부금 제도를 시행하도록 촉구해야한다. 인재를 요구하면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간과하는 기업의 태도는 지극히 모순된 행동이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불안한 물가와 인재 양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학과 학생에게 전가한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등록금 동결은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에 마냥 기뻐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 동결로 인하여 대학은 긴축 재정을 할 수 밖에 없으며, 학생은 제대로 된 복지를 누리기 어렵다. 또한 등록금 동결이 등록금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주는 비책이 될 수는 없다. 처음부터 비뚤어져있던 등록금 문제를 등록금 동결로 곧게 다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뚜렷한 인재 양성책 없는 정부의 책임을 대학과 학생이 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이옥수(문예창작·4) 양
이옥수(문예창작·4) 양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