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복잡한 인구 문제
58복잡한 인구 문제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3.03 23:48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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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출산율,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1,000만명 수준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녀 셋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에는 주택 분양 우선권을 주고, 분양가도 낮춰주며, 임대 주택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나라의 출산율 급감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과학적 분석 결과로 얻은 구체적인 수치로써 전망하는 인구 문제는 실로 충격적이다.

지난 1월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국력이 급속도로 쇠퇴하는 국가로 일본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들었다. 2008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100년 뒤 우리 나라의 인구는 1,000만 명으로, 200년 뒤에는 80만 명으로, 300년 뒤에는 6만 명으로 줄어들어, 2305년이 되면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인구 문제와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인구 증가를 지구촌의 재앙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최근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반세기 동안 현재 인구에서 30억 명이 증가해 2050년이 되면 9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8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언급한 ‘인구 폭발론’은 여전히 유효한 설명이다. 이렇듯 국지적으로는 출산 장려 정책이, 전 지구적으로는 산아 제한 정책이 필요한 인구 문제의 양극화 현상은 인구 문제가 갖는 복잡성을 보여준다.

인구 문제를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복잡해진다. 출산율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급증하면서 임신을 미루거나 양육 과정에 수반되는 사회 경제적 어려움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인류의 생물학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은 획기적인 불임 치료 기술을 발달시켜 ‘문제 있는’ 정자로도 인공 수정을 통해 출산을 가능하게 했다. 문제 있는 정자는 자연 상태에서는 수정을 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시험관 수정을 통해 결함 유전자와 관련된 문제 있는 정자도 번식이 가능해 지면서 후대까지 대물림되어 세계적으로 불임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한다.

2006년, <Nature>에는 “오염도가 높은 곳에서 여아 출산율이 높다”는 브라질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공기 오염 정도가 산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쏟는 과학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간의 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각종 오염으로 수컷의 정자 생산 능력이 줄어들면 암컷의 수가 늘어나야 지속적인 번식과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생물학적 번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과정으로 여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남자들이 많이 죽은 후, 새로 태어나는 남아가 여아보다 더 많았던 것도 인간의 진 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 선택의 사례라고 본다.

우리 나라만큼 인구 정책에서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본 국가도 드물다. 불과 50년 만에 인구 정책이 180° 뒤바뀌게 된 우리의 역사를 보면 현재의 상황을 비관만 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 문제는 50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사회 경제학적 변수 외에 환경적, 생물학적 변수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겠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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