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대화] ① 인도에 가다
[세상과의 대화] ① 인도에 가다
  • 백송이(영문·4) 양
  • 승인 2009.03.03 23:59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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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낯설고 고된 인도여행의 시작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어떤 풍광을 기대하며 떠나는 것일까? 광고 팸플릿 사진을 보고 바베이도스로 훌쩍 떠났던 알랭 보통처럼 경험을 통해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이미지 하나가 우리를 먼 여행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애초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도 일상의 구질구질함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지난 해 여행길에 보았던 '숭고한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자 의미일지도 모른다. 두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인도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했다. ‘백 양’은 4년 전 대학에 들어와서 엠티, 오티, 동아리,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국제개발 NGO만들기 포럼’에 참가 하게 되었다.

그곳에선 세계 여러 나라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NGO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열렸다. 나는 그때 캄보디아의 에이즈 센터에서 일한다는 베트남의 여대생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이루어놓은 테두리에 안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 말이 안 되는 곳이 말이 되는 나라 인도로 가보자.’ 평소 계획성 없기로 유명한 백 양은 본인보다 더 계획성이 없는 친구 박양과 함께 다음날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비행기 안에서 인도 지도를 펼쳐 들었다.

막막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비행기에서 인도 관련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가 내리는 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실종되거나 죽고, 여행객들이 사기당하거나 마약상들이 여행객을 노리고 접근을 하기도 하는 위험한 곳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어졌다. 너무 두려웠다. 비행기에서 긴장감 때문에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인도에 도착했다. 밤에 밖에 나가는게 무서워서 공항에서 밤을 새기로 했다.

호텔예약? 우리 여행에 호텔은 사치였다. 내생에 첫 노숙인 것이다. 인도에 오니까 정말 인도사람밖에 없었다. 공항에 한국인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몰래 훔쳐온 담요를 덮고 (이런건 비추) 의자에서 잠을 자는데, 앞으로의 일이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잠이 도통 오질 않아 6시간 동안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아침 6시가 되어서야 공항을 나서는데 인도도 우리랑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숙소 거리인 빠하르간지에 도착하는 순간 내 모든 기대는 무너졌다. 더럽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생각 이상으로 더러웠다. 새벽 6시라 사람도 없고, 거리는 오물로 뒤덮였고 거지들이 길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기차역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습한 날씨에 유쾌하지 않은 인도 특유의 냄새는 불쾌감을 주었다. 모든 것이 두려움 그 자체였다. 나는 빠하르간지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내가 돈 들여서 왜 여길 왔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내딛지 않았는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 두려움을 벗고 두번째 걸음을 뗐다.

백송이(영문·4) 양
백송이(영문·4) 양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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