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공간의 정체 3부 :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 과 펑크한 태도의 출몰 - 우주원년 -
⑪ 공간의 정체 3부 :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 과 펑크한 태도의 출몰 - 우주원년 -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 승인 2009.03.03 17:32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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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공간의 영혼’은 공간의 정체 3부로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지구)으로부터 벗어나 우주공간 창출을 다루었다.

▲ 메뷔우스의 일러스트: 뉴사이버펑크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작품의 광고용 일러스트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없었다. 인류는 새로운 공간창출을 요구받게 되었고 총괄인류대책위는 ‘달’에 인류가 지속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창조해내고자 신세계 창조 계획을 수립한다. 대규모 우주 도시계획인 것이다. 과학자들, 1기 건설팀과 탐사대가 달의 신도시 건설을 위해 수백 년에 걸친 사업계획 착공 시점에 맞춰 선두로 달에 도착한다. 사업이 장기화 되면서 우주 식민지계획에 투입된 인력의 체류 공간 안으로 건설인력의 가족이 새로이 정착하게 된다.


우주 건설현장은 가족주거공간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배정해야만 했다. 신거주지를 우주에서 찾고자 하는 개척세대들인 이들은 신세계 건설을 위해 삶의 양식을 공동체화 한다. 이상적인 협업과 인류애를 가지고 시련을 견뎌나간다. 어느 날 한 젊은 임산부는 출산을 위해 지구행 비행정을 타러 우주왕복선이 선착해있는 우주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돌연 아이를 낳게 된다. 솔라시스템 제너레이션이라 불릴만한 신인류의 탄생이다. 연이어 달에서 출생한 신인류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를 거친다.


이 중 일부 아이들은 사생아이며 일부는 부모 이혼 등의 이유로 정처 없이 달 건설기지 내 한켠에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은 한번도 지구에 가본 적이 없는 우주 소년들이다. 우주소년들은 우주도시 노동인부계층으로 성장하고 건설폐기물을 저장해두는 척박한 공간에 양산된 슬럼가에 모여살게 된다. 달세계의 사회적 문제는 달의 신도시 건설에 따른 공간의 확장과 함께 그 공간을 분절화하여 인류의 달세계 청사진이 제시했던 이상과는 다른 공간적 분리와 게토주의, 차별정책, 정치적 섹터화를 양산한다. 우주인류에 계급이 생긴 것이다.

우주 첫 정착민들이 건설현장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면 이후 정착민은 우주의 삶을 꿈꿔오던 상류사회 계층이다. 상류사회 계층을 시중드는 서비스업의 인력유입이 늘면서 소득계층의 분절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계층의 위화감으로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그것을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달세계 사회의 불만은 곳곳에서 거리 스트라이크로 표출된다. 우주공권력과 게토세력의 시위대결 중에 수많은 희생자를 내는 사건이 터진다.


우주사회는 발칵 뒤집힌다. 지구와 달세계를 오가는 물류선으로 머신건(Machine gun) 등 화기류가 우주 갱단의 의해 달세계에 유입된다. 이제 데모는 일부 세력에 의해 국지전을 방불하는 전투로 확대되면서 식민지 정책은 완전히 수정된다. 갱단세력 축출을 위한 전선이 형성되고 달 정책국은 게토지역의 라이프라인을 끊어버린다. 산소공급을 중단시킨 것이다.

달 신인류에 대한 말살정책에 반대하는 지구의 지식인층이 달세계 약자를 위한 지원계획을 선포한다. 정규 물류선단과는 별개의 우주선단을 동원하여 식민지 외곽에 착류하는 작전으로 위협받는 달인류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고립된 신인류는 독립된 지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적으로 우주도시 건설을 재계한다.


▲메뷔우스의 일러스트: 무한의 공간을 걸어가는 우주인은 맞은 편에서 있는 가족을 향하므로써 공간의 경계를 설정한다.
지구와는 별개의 정치적 헤게모니가 공식화되면서 우주의 첫 정치적 수장을 비롯한 세력권이 생긴다. 이들은 무중력에서의 보행과 이산화탄소-산소 비율의 차이를 견뎌내는 법, 인공조명에 적응한 시력 등 지구환경과는 다른 우주환경에 새롭게 적응된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독립국을 선언한다.


이들의 정치적 성장은 곧 공간적 성장으로 나타나고 지구에서 유입한 상류계층의 지구귀환으로 달의 우주-식민지의 거주자 비율에서 독립선언을 한 우주공동체가 우세를 점한다. 이들의 문화는 우주바이크를 탄 청소년들, 개방적인 성문화, 공기유압이 가능한 우주복을 스키니 스타일로 변형시킨 스타일리쉬한 패션, 강렬한 비트의 반복적 리듬라인으로 대변되는 뉴일렉트로니카, 지구와의 정치적 독립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지만 무정부주의적인 정치성향, 이른바 뉴펑크제너레이션 스타일이다.


이들의 교육은 철저하게 실용화되어 있다. 아이들은 모두 바이크를 손수 수리할 정도이며, 통신망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안다. 출산계획의 장려로 인해 기존의 결혼관은 변형되어졌으며 고아들의 양산에 따른 고아양육 프로그램 안에서 이들은 일부 파시즘 같은 공동체 안에서 길러져 통제에 익숙하면서도 지구의 통념에 비교해볼 때는 보다 리버럴한 행동양식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번 글을 통해서 정체성을 강요하는 공간과 펑크한 태도의 출몰을 보다 쉽게 나타내고자 했다. 이 같은 극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현시점에서 현존하는 공간 속의 유사한 양태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여러분의 삶의 양식이 지난 삶의 공간에서 구축된 하나의 바턴을 이어받아 다시 공간 속에 투영하는 일종의 전달 매개라고 설명한다면 동의하실 수 있으십니까. 아니라면 어떤 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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