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신문 연중기획 ■ 9. 책읽기의 힘
단대신문 연중기획 ■ 9. 책읽기의 힘
  • 배개화(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5.13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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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처럼 화려하기만 한 출세서를 읽기보다 다소 소박하지만 영양가 있는 소설을 읽자

올 3월 개학 시즌 때였던 것 같다. 우연히 튼 TV에서 “미녀들의 수다”라는 오락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이 때 ‘미수다’의 대화 주제는 “한국에 와서 하고 싶어진 것”이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온 비키가 한국 대학생과 미국 대학생의 다른 점이라면서, “한국 학생들은 출세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요. 하지만 미국 학생들은 소설을 많이 읽어요.”라고 말하였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비키의 그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우리 학생들의 독서 경향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대형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검색해보면 소위 “출세서”라고 부르는 책들이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베스트셀러로인 『시크릿』이나 스테디셀러로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 그리고 『성공하는 자의 7가지 습관』 등은 모두 모두 부자가 되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비법을 담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대한민국 상위 1%의 부자가 되거나 CEO로서 큰 성공을 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며, 또 성공했다 한들 그것이 출세서 덕분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결과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젊은이들이 출세서 따위를 읽는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낭비이다. 이보다는 자신의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데 시간을 좀 더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교양’은 당장 나에게 어떤 유용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고력과 분별력을 키워준다. 교양을 이를테면 성공이라는 금자탑을 쌓기 위한 토대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자기만의 생각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단국인들에게 출세서 대신 차라리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심심풀이 땅콩 식의 소설도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소설은 어떤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엄마를 부탁해』와 같이 가족사와 개인적인 감수성을 담은 것일 수도 있고, 『아내가 결혼했다』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같이 남성위주의 일부일처제나 사형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든 아니면 제도적인 것이든 간에 소설들은 생각할 거리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자:

사형이라고 나는 자판을 쳤다.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여 검색이라는 단어를 눌렀다. 수많은 문서와 기사들이 사형이라는 낱말에 따라 떠올랐다. 사형.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가장 무거운 형벌…이라는 말로 시작되고 있었다. 컴퓨터 옆에는 윤수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산의 빛깔이 달라졌어요. 모든 건 그대로인데 노란빛이 어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공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제 봄인가 봐요. 제가 다시 이 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제 인생의 마지막 봄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제게는 이게 제 인생에 첫 번째 봄인 것만 같은 착각이 자꾸 듭니다’라고 시작되는 편지였다.

인용문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일부분으로, 사형수인 윤수가 여자 주인공인 유정이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있는 장면이다. 여기서 유정이가 검색한 사형에 대한 정의 등은 윤수가 보낸 편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산의 빛깔이 달라졌어요”라는 문장으로 편지를 시작한 사람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되어야 할 만큼 무서운 사람일까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이 대조를 통해서 이 소설은 짧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사형’제도란 무엇인지, 사형수’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그들이 정말 악마와 같은 자들인지, 사형은 어떤 경우에 선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말 사형제도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한마디로 소설은 마치 불량식품처럼 화려하지만 소비자에게 그다지 영양가 없는 출세서보다는 다소 소박하지만 훨씬 더 영양가가 있는 읽을거리이다. 그래도 출세서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다면 『삼국지』나 『불멸』 등과 같은 역사소설을 읽을 것도 권한다. 이런 소설들은 영웅들이 시련과 도전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배개화(교양학부) 교수
배개화(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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