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 그런 거 없음!
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 그런 거 없음!
  • 조영갑(언론영상·4)
  • 승인 2009.05.21 16:38
  • 호수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이라. 아, 난감해라. 도대체 일말의 후회 없이 대학생활을 할 엄친아가 어디 있을까. 또, 필자의 깜냥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일까. 시험에 처음 보는 문제가 나온 것 마냥 아득해진다. 말이 나온 김에 ‘후회’라는 테마를 가지고 객담 좀 하고 넘어가자. 인간,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동물이다.

이 동물은 도도히 흐르는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뎅겅’ 썰어놓았다. 그러나 시간은 썰면 썰리는 무가 아니다. ‘보이지 않게’ 연결돼 있는 유기체다. 이 유기체는 무조건 앞으로만 뚜벅뚜벅 걸어간다. 어제 마신 술의 숙취가 오늘 몸을 괴롭히더라도 어제로 넘어가 술 마시는 나를 말릴 순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후회’라는 놈이 출몰한다. 사르트르 형님이 가로되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라 했다. 즉,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 이라는 얘기다. 그럼 후회라는 놈의 실체를 밝힐 대강의 살이 붙는다. 선택의 연속에서 누락된 선택지들, 선택되었으되 결과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선택지들이 ‘후회’를 유발한다. 끊임없는 선택의 압박 속에서 후회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이건 엄친아는 물론 엄마친구 아버님도 못하는 거다. 과거의 선택을 돌이킬 수는 없기에. 간단하게 하자. 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은 없다. 누구든 후회를 한다. 캠퍼스에는 1만개의 후회가 걸어 다닌다. ‘아, 학점 관리 좀 할 걸’ ‘술 좀 적당히 마실 걸’ ‘괜히 CC를 해가지고 말이야ㅠ’ ‘공부 말고 동아리 활동도 해 볼 걸’ 등등.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걸어 온 길에 대한 소회들은 구차스럽다.

그럼, 처음의 화두를 살짝 바꿔볼 필요가 생긴다. 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대학생활’로. 솔직히 고백한다. 필자는 썩 만족할 만한 대학생활을 하지 못했다. 남들만큼 놀고, 남들만큼 연애하고, 남들만큼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둔 지금, 남들처럼 초조해 하고 있다. 애초에 ‘무릎팍도사’가 될 수 없는 처지다. 후회치 않을, 만족할 만한 대학생활의 tip을 기대하신 분들에겐 참으로 송구하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만족은 않지만, 후회도 않는다고. 후회대신 반성을 했다고. 후회는 어제 마신 술 자체도 부정하고, 숙취와 맞바꾼 술자리의 즐거움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하지만 반성은 음주행위와 즐거움 모두를 인정하되, 지나침과 나태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전자가 네거티브섬(sum)이라면, 후자는 포지티브섬이다. 마무리하자. 결론은 단대신문의 여론면 주제선정 능력은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깜냥이 안되는 필자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도, 천태만상인 각자의 대학생활에 ‘후회 않을’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시도도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상도(商道)란 게 있는 법. 자신의 대학생활에 대단히 만족하는 지인(K대 85학번, 신문기자)이 등산길에서 했던 말을 곁들인다.

“내 대학생활은 니들하고 달라. 시골 농부가 뼈 빠지게 일해 아들 대학 보내놨는데, 그 노동가치에 보답은 해얄 것 아니냐. 난 철저하게 책만 읽었지. 책은 밥이고 술이자, 친구며 애인에다 교수님이었다. 내가 4년 동안 읽은 책만 천권이 넘는데, 그 중에 칠 할은 원서야. 이렇게 읽고 나면 수업시간에 교수의 머릿속이 훤히 보이지. 그 교수의 원전(元典)이 뭔지 다 알거든. 대학생활,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냐?”

조영갑(언론영상·4)
조영갑(언론영상·4)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