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제
  • 이건호 기자
  • 승인 2009.05.21 17:23
  • 호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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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바꿔주길

“이건 똑같이 달리기를 시켜놓고 누구는 뛰어가게 하고 누구는 자전거를 타게 하는 거죠”. 얼마 전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를 비판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의 자녀들은 공교육 외에도 학원과 과외 등의 사교육을 통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공교육 살리기의 일환으로 방과 후 보충수업의 확대 실시, 10시 이후 학원수업 금지 등 자발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한계가 있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경쟁에 학생들의 삶은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학생선발에 있어 점수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능력들을 전형요소로 하는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교육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대학 또한 201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을 선발한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니 만큼 담당부서인 입학관리과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고, 특히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보 못지않게 고교와의 연계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의 선발에 있어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여 성취도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지원한 두 학생의 평가점수가 동일하다면 부유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학생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대학들에서도 이처럼 저소득층 학생들을 고려한 선발기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의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알기란 쉽지가 않다. 때문에 고교와의 꾸준한 연계를 통해 다량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또한 고교에 우리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전형 요소들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마다 전형요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준비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대학 측의 폭넓은 홍보를 통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로 발전 가능성이 큰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시행하는 ‘2009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서 신규지원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집중적인 투자로 이러한 지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가 치열한 경쟁 속에 힘겨워하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임을 잊지 말고, 대학과 학생 모두를 위한 장기적이고 신중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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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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