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치매환자에 대한 효
22) 치매환자에 대한 효
  • 도우리 기자
  • 승인 2009.05.21 18:37
  • 호수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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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유교적 윤리 성향 남아있어
자식 기억 못하는 부모 보살펴야

[우문] 우리는 보통 사람이 기억상실증이나 치매에 걸렸을 때 보살피는 것을 ‘부모님에 대한 효도’라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전과 ‘전혀 다른 인간성’을 갖고 있으므로 예전 그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 해 볼 때, 인간성이 전혀 다른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현답] 현재 한국사회는 유교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교의 집대성자인 공자의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논어』에서 부모에 대한 효도 역시 중요하게 나타납니다.

『논어』에서 부모가 자식을 길러준 보답으로서 효도해야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 예로서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3년 동안 품속에서 길러주었기 때문에 돌아가시면 자식은 3년 동안 상례를 해야 한다고 공자가 말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재아가 묻기를 3년의 상례를 1년만 하더라도 깁니다. 군자가 3년 동안 예를 행하지 않으면 예가 반드시 무너지고, 3년 동안 음악을 익히지 않으면 음악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다 없어지고 새 곡식이 오르며, 불씨 만드는 나무도 바뀌어지니, 1년이면 그칠 만할 것입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너에게는 편안하느냐? 하니 재아가 대답하기를 편안하다고 했다. 공자가 말하기를 네가 편안하면 그리해라.

군자가 상례를 치를 때에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으며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거처함에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니, 네가 편안하면 그리 해라 재아가 밖으로 나가자, 공자가 말하기를 재아의 어질지 못함이여! 자식이 태어나서 3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나게 된다.

3년 상은 온천하의 공통된 상이니, 재아는 3년의 사랑이 그 부모에게 있었는가?”(『논어』, 「양화」편)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기억상실증이나 치매에 걸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부모는 나를 길러주었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서 잘 모시는 것이 효도입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교적인 관점에서의 효도입니다. 이러한 유교적인 효도를 떠나서 보다 다양한 입장에서 본다면 달라지겠지요.

인간관계를 현재의 시점에서만 생각한다면 자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살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보살핀다고 할지라도 타인을 보살피는 것과 다를 것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즉 그것을 효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원봉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그 대상자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한 것이 아니면 자원봉사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살피지 않아도 윤리적인 지탄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식을 기억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다른 치매환자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인간관계를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의 관계로 생각한다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부모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부모는 자신을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는 타인이 자원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치매환자일 경우 그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한 시점을 떠나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선천적인 혈연관계라고 생각한다면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영원히 그러한 관계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치매에 걸렸을지라도 여전히 부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살피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만약 보살피지 않는다면 불효자라고 하여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선천적인 혈연관계가 아닐지라도 즉 나를 낳지 않았지만 길러준 사람을 시간을 떠나서 영원히 부모라고 생각한다면 치매환자라고 할지라도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교적인 윤리의 성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와 배치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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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d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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