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영화 <김씨표류기>
⑪ 영화 <김씨표류기>
  • 강난희 기자
  • 승인 2009.05.21 19:23
  • 호수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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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두 외톨이의 ‘소통’
그들의 삶의 이유는 ‘희망’이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을 갖고 살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영화 <김씨표류기>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하늘 높이 솟은 고층빌딩,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그 복잡한 도시 한 켠에서 우리는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타인과의 단절, 그리고 고독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또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하지만, 결국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만 진다. 영화는 이러한 각박한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흔하디 흔한 ‘김씨’ 성을 가진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김씨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의 우리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못되지 못해’ 되는 일이 없는 ‘못나기만 한’ 김씨와 이마의 흉터를 감추기 위해 타인과의 단절을 선택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컴퓨터에만 매달려 사는 김씨.

그 둘의 모습은 코믹하지만 안쓰럽다. 결국 한 김씨는 이기적이지 못해 자살을 택했지만 죽는 것에 실패하고 도심 속의 외딴섬인 ‘밤섬’에 표류한다. 또 다른 김씨는 무관심속에 널브러져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고 아무도 살지 않는 달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결국 두 사람이 밤섬에, 그리고 방구석에 ‘표류’하는 원인은 하나다. 돈과 명예 같은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불러온 이기심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한 ‘외로움’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이 두 외톨이들이 우연치 않게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 것으로부터 전개되는데, 이 둘의 ‘소통과정’에서 우리는 위의 ‘무엇 때문에 사는가 혹은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 둘의 소통과정 자체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방 안의 김씨가 자장면을 밤섬의 김씨에게 배달해 주었던 장면에서 그것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섬 안에서 자장면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밤섬의 김씨에게, 방안의 김씨는 자장면을 선물한다.

배달원이 오리배를 타고 힘겹게 강을 건너 자장면을 배달해 밤섬의 김씨 앞에 놓았을 때, 밤섬의 김씨는 자장면을 다시 돌려보낸다. 그리고 방안의 김씨에게 말했다. “자장면은 나의 희망입니다”. 밤섬의 김씨에게는 ‘자장면’이라는 삶의 희망이 있었고 그 희망 때문에 김씨는 힘겹게나마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김씨는 그 희망을 그렇게 손쉽게 얻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밤섬의 김씨는 우리의 삶을 반성하게끔 만든다. 현대의 우리 삶에는 그러한 희망이 있는가? 또 그 희망을 얻기 위해 우리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어떤 방법으로든 돈과 명예만 얻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바로 이런 김씨의 모습을 통해 반성해 본다.

강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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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hee8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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