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학년도 우수학습사례’ 우수상 수상 이상엽(컴과·2) 군
‘08학년도 우수학습사례’ 우수상 수상 이상엽(컴과·2) 군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9.07.07 12:53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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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경고자에서 장학생이 되기까지 5년여의 경험담 진솔하게 담아

“소리를 질러보고 겨우 깨달았다. 나는 줄곧 무서웠던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는 것이……. 모르고 있는 나 자신이 무서웠다. 그리고, 그래도 매정하게 흐르는 세월이 나는 무서웠던 것이다.” -애니메이션 ‘허니와 클로버’ 中 타케모토의 독백-

연이은 취업 실패로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타케모토가 남긴 위의 대사에 공감하지 않을 대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그러면서 자아를 찾겠다고 무전여행을 나서는 그의 모습이 요즘 대학생들이 공감하는 답답한 마음이다.

자아를 찾기 위해 5년간 학교를 떠났던 단국인이 있다. 2002년, ‘컴퓨터 관련 전공은 뭘 해도 굶어죽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듣고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으나,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학사경고를 받고 한 학기 만에 휴학한 이상엽(2) 군의 이야기다. 07년 2학기 복학 이후 단 한번도 4.0 이하로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 군이 5년 동안 찾은 ‘자아’는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해 ‘교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이 군의 이야기를 들었다.

#1. 안 해본 일이 없어요
“호텔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일과 같은 단순노동에서부터 초등학교 계발활동 강사까지 겪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들을 했습니다.” 이상엽 군이 휴학 후 한 일들은 보드게임 카페 매니저와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리더 등,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학교에서 찾지 못한 적성을 발견하기 위해 주간과 야간, 그리고 주말까지 시간이 빌 때마다 아무 일이나 도전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은 돈만 천 팔백만원. 이 군은 군대에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고 자신이 번 돈만으로도 세 학기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2. 돈은 ‘덤’으로 벌었죠
단순노동과 보드게임 카페 매니저, 그리고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이 군이 이 세 가지 업종에서 얻은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단순노동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카페 매니저를 통해서는 발표의 자신감을, 강사 생활에서는 가르침의 보람을 얻었다고 한다. 좀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학업의 당위성’을 찾은 셈이다. 이 군이 호텔이나 주방 등에서 일을 하며 느낀 것은 “현재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창의적일 수는 없구나”라는 감정이었다고 한다.

일방적인 지시를 받으며 움직여야 하는 일이 아닌, 함께 대화하고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을 하려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절심함이 생긴 것이다. 내성적이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된 것은 보드게임 카페 매니저를 하면서부터.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게임을 설명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해야 하는 일을 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 하는 것이 점점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 군이 자신의 목표를 발견한 것은 남는 주말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지원한 초등학교 계발활동 강사를 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서 그렇게 보람을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는 것이 이 군의 설명이다. 결국 이 군은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인생 목표를 갖고 07년 2학기에 학교로 돌아왔다고 한다.

#3. 나만의 학습법
이런 과정을 겪으며 어렵게 다시 돌아온 강의실인 만큼 학업에 대한 애착도 강해졌다. 매 달, 매 주의 목표를 정해 꼼꼼히 다이어리를 쓰며 하루 24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5시간의 통학 시간을 버리지 않기 위해 버스에서 예습과 복습을 하고, 메모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휴대폰 메모기능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군은 이런 나만의 학습법을 글로 엮어 교육개발원에서 공모한 ‘2008학년도 우수학습사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군은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에서 장학생이 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글에서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경험하다 보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며 “무슨 일이든 당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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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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