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會者定離
③ 會者定離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7.09 13:36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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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人生)의 무상(無常)함을 인간(人間)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離別)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 會 : 모일 회, 者 : 놈 자, 定 : 정할 정, 離 : 떠날 리

천상시인 천상병은 <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읊었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아주 작은 부분이고 죽음 이후에 새롭고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시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불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교는 ‘윤회’를 중요하게 여겨 현재의 삶은 아주 보잘 것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승에서의 삶을 보람 있게 보내야 ‘극락’에 가서 행복하다고 가르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당’도 ‘극락’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한 평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람이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헤어짐이 만남보다 더 슬프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불교 경전 중 『유교경(遺敎經)』 <열반경>에 보면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교경』은 가르침을 남기는 경전이라는 제목의 뜻처럼, 석가가 열반에 들기 전에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설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입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은 부처님이 제자인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신 내용 중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없이 덧없음(無常)으로 귀착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일지라도 언제인가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라는 구절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곧 이 성어는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人生)의 무상(無常)함을 인간(人間)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離別)의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6일 새벽 국어국문학계의 큰 어른이시자 천안캠퍼스 부총장을 지내신 황패강 선생님께서 영면(永眠)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황패강 선생님은 저의 학부 은사이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1988년에 뵈었으니 올 해로 21년이 흘렀습니다. 그 때는 오늘의 이별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운구를 하며 선생님께서 천안공원묘역에 잠드시는 것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영영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한 번 이 세상에 온 소풍을 막 끝내신 것입니다. 그러니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회자정리’와 반대로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극락과 천당에 먼저 가 계실 겁니다. 선생님께서 그곳에 먼저 가 계시면서 저희 제자들이 가거든 이승에서와 같이 가르치고 인도해주십시오. 선생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으라고. 그리고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라고.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 어떤 존재인지를 알라고.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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