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교육
⑮ 교육
  • 이종우(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강사
  • 승인 2009.07.10 16:13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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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제 간 토론 활발

[우문] 서양의 과학주의적 교육관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은 경쟁을 통한 능력계발에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일제고사 부활 등 교육정책과 관련한 많은 논의들이 있는데요, 동양의 전통적 교육철학은 어떠했으며, 그러한 교육철학이 현재에 갖는 의미는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현답] 학생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인데 지금 우리의 공교육은 그렇게 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일제고사의 부활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학생의 창의력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우리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의 교육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대와 가까운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후기 때는 국립인 성균관과 향교보다 사립인 서당과 서원에서의 교육이 활발했는데 그곳에서의 교육이 획일적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칠 때 잘하는 학생은 하루에 수십자씩 배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4자만을 배웠을 뿐이었습니다. 그 후 과거과목인 4서3경을 다 배우면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학생은 스스로 책을 읽고 스승에게 질문합니다.

스승과 제자가 직접 보지 못하면 편지를 활용하여 질문하고 답변을 합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스승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또는 동문들끼리 논쟁을 하기도 하는데 그 조정자 역할을 스승이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18세기 권상하의 문하에서 이간과 한원진이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가? 다른가? 라는 주제로 논쟁을 벌였는데 전자는 같다, 후자는 다르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때 양자는 스승인 권상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는 한원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간은 그에 찬성하지 않고 스승과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양자는 자신의 견해를 고수한 채 별로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권상하가 제자들과 함께 토론했던 곳은 서원이 아니라 황강영당이라고 불렸던 서당이었습니다. 당시 그들을 산림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 오직 도학을 연구한 학자라는 의미였습니다.

과거시험을 본 적이 있다면 산림이라는 칭호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도학이란 윤리적인 학문을 뜻합니다. 그들이 토론했던 것은 주로 성리학이라는 신유학으로서 철학 또는 윤리적인 문제, 예절 혹은 정치적인 문제를 토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의견이 달라 사제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인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하면서도 윤리적인 인간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공교육은 획일적이면서도 주입식 교육 때문에 그러한 토론이 이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주로 졸업 후 취직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공교육이 직업인양성소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면서 윤리적인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방식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주입식교육은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면에 그것을 바탕으로 응용할 수 있는 창의력이 제대로 나타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또한 직업인양성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졸업 후 취직했을 때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윤리교육이 제대로 안되었기 때문에 윤리의식의 부재가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조선시대의 교육은 개인의 능력에 맞게 교육시키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그 수준에 맞춰서 가르칠 수 있고, 뛰어난 학생은 그만큼 창의력이 잘 나타날 수 있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면에 그로 인하여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같은 시간에 입학했는데 학업을 마치는 시기가 다르다면 그로 인하여 위화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장점은 윤리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의식이 강한 데에 있습니다. 반면에 실무교육을 하지 않은 것이 단점입니다. 과거시험도 그 과목이 유학의 4서3경으로서 주로 윤리 또는 철학적인 책이었기 때문에 실무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물론 통역, 기술, 행정 등의 실무는 취재라는 시험이 있어서 그것을 통하여 뽑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고관이 되지 못합니다. 고관은 과거 특히 문과에 합격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무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고관이 되어서도 실무를 잘 알지 못하였는데 그것이 단점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오늘날의 교육에 적용하면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면에서 장점은 현재의 교육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를 서로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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