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64-아득히 먼 별
[유레카! 생활 속 과학] 64-아득히 먼 별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8.02 20:00
  • 호수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맨 꼭대기에 있어 우리가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별’에 비유한다. 군인 계급의 최고봉도 별을 다는 것이다. 초등 학교에서 ‘참 잘했어요’에 해당하는 표시도 별로 한다. 군대나 학교 외에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나 행위를 ‘별’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구단의 사활은 스타플레이어 영입에 달린 지 이미 오래고, 최근 들어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조차 스타 교수를 모시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스타와 일반인 사이의 거리는 밤하늘의 스타와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근대 천문학의 역사가 별까지의 거리 측정 발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까지의 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별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는 광년(光年)이다. 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간 거리로 9조 4천억 km에 해당된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 프록시마까지의 거리는 4.2광년이다. 우리은하 옆의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는 220만 광년이다. 우주에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추측하는데, 이쯤 되면 우주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우주에서의 거리 단위와 달리 태양계 내에서의 거리 단위는 AU(Astronomical Unit)를 주로 쓴다. 1광년이 태양계 1,052개를 늘어놓은 정도의 거리이므로 광년 단위를 쓰기에는 태양계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1AU는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로 약 1억 5천만 km다. 광년, AU 외에 별까지의 거리 단위로 파섹(pc: parallax second)도 있다. 우리 생활에서의 거리 측정에서처럼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 측정 시에도 삼각측정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때 단위로 pc을 사용한다.

1pc은 별까지의 시차 각도가 1″(초)로 수렴되는 각도까지의 거리로 약 31조 km이고 206,265AU나 된다. 1″는 1°(도)를 60등분한 1′(분)을 다시 60등분한 만큼 작아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 프록시마의 시차가 1.5″이므로, 이보다 먼 대부분의 별의 거리 측정에 시차를 활용하기 어렵다. 지구 대기에 의해 별빛이 산란되면서 발생하는 반짝거리는 현상은 별의 정확한 시차 측정을 어렵게 하는데, 현재 망원경으로 측정한 의미 있는 시차 한계는 0.05″다. 이 정도의 시차는 20pc, 60광년이 조금 넘는 거리로 실제로 지구로부터 60광년 이내에 있는 별까지의 거리만 측정 가능하다는 얘기다. 1989년 유럽우주국에서는 대기 산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우주에 고정밀 시차 측정 위성을 발사하여 약 10만 개 별의 정확한 시차 정보를 확보했다. 그 결과 오늘날 시차로 측정 가능한 별까지의 거리 범위는 약 1,000광년으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지름이 10만 광년인 우리은하의 규모를 생각하면 1,000광년은 1%에 불과한 ‘짧은’ 거리로 우주 전체로 볼 때 삼각측정법으로 측정 가능한 별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별의 밝기와 색 등을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별까지의 ‘정확한’ 거리 측정을 위해 천문학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요즘 한창 떠도는 “박연차리스트”도 “장자연리스트”도 그 분야의 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지구와 밤하늘 별까지의 거리도, 일반인과 스타까지의 거리도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스타는 우리와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먼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것을 보니 스타는 진정으로 반짝이나 보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new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