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영혼 Welcome to Bronte Country
공간의 영혼 Welcome to Bronte Country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대한주택공사 주택도
  • 승인 2009.08.02 20:21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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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풍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우리의 풍광을 사려깊게 대면해 보자



19세기 영국의 요크셔 지방. 가난한 마을(호워드)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 농부의 아내는 죽었고 1남6녀 중 어린 첫째, 둘째 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요크셔 지방의 협착한 토지와 변덕스러운 기후, 그리고 광활한 관목이 우거진 풍경은 남겨진 자들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슬픔이 깃든 바로 그 장소가 이후 문학사에 깊이 새겨질 샤롯, 에밀리, 앤(브론테 친자매)의 감성과 사유의 텃밭이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공간이 어떻게 인류 정신사에 깊은 영감을 주는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 유명한 ‘제인에어’의 샤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함께 시집을 낸 앤 브론테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목가적인 풍광을 소유한 그 시골 마을에서 강한 북풍을 벗삼아 자랐다. 세인들의 이야기처럼 이들 자매들이 자라난 요크셔 지방은 관목으로 두룬 초원의 풍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폭풍처럼 몰아치는 강한 북풍과 모든 사물을 얼리는 강한 혹한의 겨울은 이 소녀들의 가슴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변화시켰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부정의 감정을 부풀렸던 것이다.

제인에어 : 고아가 된 제인은 도온필드家의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지낸다. 제인은 집 주인 로체스터와 연애를 하게 되었지만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때문에 한 푼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신세가 된다. 제인은 ‘세인트 존 에어리버즈’라는 젊은 목사의 도움을 받게 되고 시골학교 교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된다. 목사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지만 로체스터를 잊지 못한 제인은 로체스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가 저지른 방화로 인해 로체스터 저택은 이미 불타버렸다. 제인은 불탄 집 안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려다가 두눈과 한 팔을 잃어버린 로체스터와 마주하게 된다. 이 가련한 여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모든 것을 잃고 몸에 치명적인 상흔을 안은 로체스터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후 줄거리 생략)

폭풍의 언덕 : 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 있는 언쇼家와 린튼家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언쇼가의 언쇼부부와 아들 힌들리, 딸 캐더린이 있다. 언쇼는 고아소년 히드클리프를 양자처럼 기른다. 히드클리프는 캐더린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힌들리는 아버지가 죽자 히드클리프를 노예처럼 다룬다. 힌들리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히드클리프는 인내하며 캐더린 곁에 머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캐더린은 자신이 히드클리프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 자신의 신분이 비천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가정부에게 한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히드클리프는 말없이 집을 나가버린다. 힌들리는 점점 야수처럼 난폭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신사가 된 히드클리프가 마을에 돌아온다. 히드클리프는 사랑하는 연인 캐더린이 이미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한 사실을 알고 있다. 히드클리프는 자신에게 비통함을 안겨준 모든 것에 복수를 하려고 한다.(이후 줄거리 생략)

‘폭풍의 언덕’에서 복수의 화신처럼 등장하는 히드클리프와 같이 시대가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물구축을 두고 당시 비평가들은 혹평을 퍼부었다. 그러나 폭풍의 언덕을 지은 에밀리 브론테는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언니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그녀는 강한 의지와 함께 삶에 대한 비정함을 몸소 체득한 채 자신의 감성을 폭풍처럼 몰아치는 언덕의 공간, 즉 심상의 공간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스스로를 지탱해 갔다. 그것은 문학이란 창을 통해 자신의 정념을 쏟아 부은 것이다. 그녀는 지병으로 인해 30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에밀리는 의사의 처방 약을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히드클리프와 같은 강렬한 인물은 약관의 나이에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았던 한 여인의 열기 그 자체일 것이다. 칠십까지 산 샤롯 브론테는 그녀의 노년에 깊은 고독과 벗하며 집필에 몰두한다. 그녀의 헌신적인 성품에 기반한 작품은 그녀의 삶과 그녀의 공간 그 자체를 잉태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들 청년의 풍광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풍광을 운명 속에서 사려깊게 대면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청년의 풍광이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우리는 그것과 정면으로 대면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참고>http://www.bronte-count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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