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주의보 - ‘허쟈’의 영국 찍고 아프리카로!
희망주의보 - ‘허쟈’의 영국 찍고 아프리카로!
  • 허지희(문예창작·4) 양
  • 승인 2009.08.02 21:06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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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영 DMM을 이용한 별난 스터디
스터디가 끝난 후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아프리카



생각해보면 CICD(College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Development)행을 결심했던 일 년 전, 내가 꿈꿨던 것은 아프리카 봉사만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선 건강한 신체뿐 아니라 성숙한 머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CICD에선 DI(Development Instructor)들을 충분히 트레이닝 시킨 후 아프리카로 보내는데, 이 6개월간 가운데 핵심이 되는 것이 스터디다. 내 경우 이 점에 마음이 이끌려 지원서를 냈던 기억이 난다.
DI프로그램에 합류하면 학교에서 개발한 DMM(Determination of Modern Methods)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부해야 한다. DMM은 크게 ‘STUDY’, ‘COURSE’, ‘EXPERIENCE', 이렇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6개월간 각 분야에서 정해진 포인트를 따야 아프리카로 갈 수 있다. 총 850포인트를 따야하는데 이는 스터디를 위해 85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가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중간 경고를 해오면 그 날은 늦도록 교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 DI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DMM의 ‘STUDY'섹션으로, 아프리카 역사에서부터 우리가 가게 될 각 프로젝트, 각 나라의 경제, 환경보호, 에이즈 등 여러 주제의 과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가령 단순히 첨부된 파일을 읽고 레포트를 작성하는 과제가 있는 반면, 포스터를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거나 길거리에서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처음 DI가 되고 나는 영어사전을 두드리며 3점짜리 과제를 하느라 6시간을 투자하곤 했다. 초반엔 주로 레포트를 작성해 내는 과제를 선택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나는 활동적인 과제에 시선이 갔다. 한 번은 아프리카에 가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놀이 몇 가지를  골라 친구들 앞에서 선보이는 과제를 선택해 직접 만든 윷놀이, 투호 등의 우리 전통놀이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 내가 갈 아프리카 프로젝트-Book Selling-가 결정된 후엔 실용적인 과제들을 선택했다. 한 번은 에너지절약과 관련한 설문지와 전단지를 만들어 학교 밖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후에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를 통해 나는 통계, 프로모션 등의 기술에 조금 근접한 느낌을 받았다.

'COURSE' 점수를 따기 위해 DI들은 매일 ‘모닝스팟’이라는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수업에 그치지 않고 토론이 오가거나 미션이 주어질 때도 있다. 얼마 전 우리는 마돈나가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말라위 아이를 입양하려 한 것에 대해 토론했고, 또 하루는 아프리카에서 그릇선반(dishrack)을 써야하는 이유, 라트린(latrine)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어느 날엔 30분 만에 끝나는 수업이 토론이 길어지거나 하면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부담 없이 점수를 딸 수 있는 섹션이 바로 ‘EXPERIENCE'. DI로서 생활하며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적어 제출하면 되는데, 나는 지난 G20정상회의에 앞서 3월 28일 열렸던 London March 참여 후 이에 대한 에세이를 써냈던 기억이 난다. 지난 12월부터 뮤지컬 영화 DVD를 모으고 있다는 얘기를 적어 포인트를 받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까지 정해진 포인트를 따야하기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하는 스터디가 그간 내가 초중고 시절 달달 외우고 금세 까먹곤 했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에 기쁘다. 에너지절약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직접 디자인한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모든 학교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후에 자연스레 의견을 나누는 살아있는 공부. 이를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 밀어낼 수 있을까. 또한 스터디가 끝날 때쯤엔 아프리카가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거란 설레임, 이 때문에 나는 지금 스터디를 멈출 수 없다.  
   
허지희(문예창작·4) 양
허지희(문예창작·4) 양

 winkh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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