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 대학다운 수업방식
학생칼럼 - 대학다운 수업방식
  • 정시내(스페인어·3)
  • 승인 2009.08.02 21:10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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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을 해야 할 때면 나는 늘 강의계획서를 살핀다.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별수업만은 피하기 위함이다. 만약 한 학기 수업의 절반 이상이 조별발표나 토론으로 진행된다면, 그 학기가 고되다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님께 가장 유익한 수업방식을 택하시겠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학생의 입장으로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물론 나도 대학을 입학한 신입생 때에는 과연 대학다운 수업방식이 이런 거구나, 하며  눈을 반짝였지만 얼마 안 가 뒷자리에 앉아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기 시작했다. 같이 배우는 학생들의 의견이 제 아무리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한들, 교수님만 하겠냔 말이다. 어느 때에는 한 조가 수업의 초점을 벗어나는 조사를 해 와 한 시간 동안 영문 모를 이야기를 참아내야 할 때도 있었다.

이러니 다른 조의 수업준비 내용을 온전하게 믿고 받아들이기가 힘들게 되고, 앉아서 수업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의 자세에서도 열띤 학습 분위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조별발표나 토론 후에 교수님께서 정정해주신다고는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내용의 전체부분을 조목조목 따져들 수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대학다운 수업방식이라 일컬어지는 조별수업이, 진정 대학다운 학습태도를 흐트러뜨리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조별수업을 꺼려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준비하는 과정이다. 어딜 가나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고 안 하는 사람은 결단코 하지 않는다. 조원들끼리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간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조원들 전원이 참여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처음 모이는 것부터 틀어지는데,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 채우겠는가. 열심히 하려던 사람도 사기가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한 일이다. 나는 열심히 참여했는데 전혀 참여하지 않은 학우와 동일한 점수를 받으면 정말 도둑맞은 느낌이다. 헌데 누구라고 그 고생을 해 가며 도둑맞으려고 애 쓰겠냐는 말이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에는 아무리 수행평가라 할지라도 조원들 모두가 똑같이 점수를 받는 일은 없었다. 준비는 조별로 한다 해도 보고서나 느낀 점은 개인이 제출하도록 하여 별다른 불만이 없었는데, 어찌 대학에 와서 이렇게 답답한 조별평가가 이루어진단 말인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대학의 조별수업은 해당과목의 특성 상, 또는 그 수업의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교수님께서 택하신 수업방식일 것이다. 그러니 학생 된 입장에서 두 손 들고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혹에라도 수업을 ‘편안히’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로 조별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계시다면, 진실로 대학대운 수업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교수님 탓하기 전에 그대가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이라면, 학우들의 땀방울 어린 학점을 수고 없이 가로채는 행위를 경계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중간고사도 끝날 무렵이니 이제 리포트 정도의 과제만 남은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혹시 조별과제가 있는가. 정직한 땀방울을 흘려 보람되게 학점을 받는 조원이 되기 바란다.
 
정시내(스페인어·3)
정시내(스페인어·3)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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