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 범죄에 대한 처벌의 당위성
우문현답 - 범죄에 대한 처벌의 당위성
  • 이종우(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강사
  • 승인 2009.08.02 21:42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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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임을 정의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 보편적으로 그른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

[우문]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행하는 행동과 인간은 별개라는 입장에서 나온 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의 법에서는 정신병자가 행한 행동은 그 개인과 별개로 두어 형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행하는 주체와 행동을 별개로 두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답] 법이란 공동체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으로서 그 근거가 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리는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니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비난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비난을 받을지라도 계속 위반을 할 경우 처벌을 가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법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법은 공동체의 구성원들 간에 합의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권력자에 의하여 선언되기도 하고, 그러한 과정없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에서는 주로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체마다 법이 다른 경우가 생깁니다. 특정행동이 갑 공동체에서 위법이라고 할지라도 을 공동체에서 합법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범죄는 반드시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신병자가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처벌하지 않지만 그 대가로 정신병동에서 보호하는 조처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자유를 억제하는 것으로서 일반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구치소에서 갇히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부모의 원수를 자식이 갚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그 사람은 범죄자가 됩니다. 하지만 윤리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지탄의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는 아버지의 원수를 마주쳤을 때 즉시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하가 물었다. "부모의 원수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하기를 "거적자리 위에서 자고 방패를 베고 자며 벼슬을 하지 말고 원수와는 하늘을 함께 해서는 안된다. 만약 시장이나 조정에서 마주치면 무기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올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싸워야 한다." '(예기, 단궁 상) 공자는 아버지를 위하여 자식이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효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행 법에서는 그것은 범죄에 해당됩니다.

공자는 주로 효도라는 윤리의 잣대로서 특정행동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노나라 사구(재판관)로 있을 때 노나라의 한 병사가 세차례 전쟁 때 세 번 모두 탈영하였다. 공자가 심문하니 병사는 만약 자기가 전사하면 늙은 부친을 봉양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그 병사를 처벌하지 않고 효자라고 칭찬하면서 벼슬을 주었다.'(한비자, 권18 팔설) 고 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에 대하여 한비자는 '탈영범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한비자 권19 오두) 당시 비슷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탈영병에게 공자는 상을 주고 한비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법에서는 한비자와 같이 탈영병에게 범죄라고 하여 처벌을 가합니다. 이러한 경우 현행법에서는 범죄자입니다.

이처럼 같은 행동에 대하여 범죄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포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행동에 대하여 그것을 범죄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이란 절대적이라고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절대적으로 범죄자라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 뿐만 아니라 그 행동도 미워한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지탄받아야 될 행동은 증오의 대상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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