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사자성어 ⑧ 訥催之奴
이야기 사자성어 ⑧ 訥催之奴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8.02 21:48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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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아껴주는 상전을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싸우다 함께 죽는다는 뜻.

訥 : 말더듬을 눌,  催 : 재촉할 최,  之 : 갈 지,  奴 : 종 노
훌륭한 지도자를 위해서는 현명한 측근이 필요

뉴스와 신문에서는 노무현 前 대통령과 측근의 돈 문제로 난리입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만큼은 기존의 대통령과 다를 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그 직(職)을 그만 두면 본인이거나 주위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는 것이 거의 정례화 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이 같은 정례화는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前 대통령의 형님과 비서관, 조카사위 등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거나 구속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노 前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까지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던 영부인이 정치 자금에 연루된 것입니다. 진실이야 조사를 받아야 알 일이지만 의심이 가는 것이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前 영부인 중 가장 현숙했던 분으로 40대 이상이면 박정희 前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를 떠 올릴 것입니다. 육영수 여사의 현숙함은 18년 동안이나 독재정치를 행했던 박 前 대통령의 폭정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클린턴 前 대통령의 아내인 힐러리는 자신의 컴플랙스를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안경도 과감히 벗어 던졌습니다. 이 두 前 영부인은 공인인 남편을 보좌하고자 자신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경영자 곁에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있었습니다. 가장 측근 사람들이 올바르지 못하면 그들이 모시는 사람은 제대로 일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종은 본인의 유능함도 있지만, 황희와 같은 정승을 가까이 두었기에 세종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상전을 위해 측근들이 열심히 일을 돌봐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얘기가 ‘삼국사기’<열전 제 7 눌최>에 보입니다. ‘눌최(訥催)의 종’ 얘기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글의 내용은 ‘자기를 아껴주는 상전을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싸우다 함께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눌최는 사량 사람으로 대내마 도비(都非)의 아들입니다. 신라 진평왕 건복 46년 갑신(서기 624년) 겨울 10월에 백제가 침범해 6성을 공격하자, 진평왕은 상주, 하주, 귀당, 법당, 서당의 5군으로 가서 구원하도록 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백제의 침공이 더욱 사나워지자 5군은 6성 중 3성을 지키고 있던 눌최를 구원하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이에 눌최는 논어의 “추운 겨울이 이르면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지금 외로운 성에 구원이 없어 날로 위태로우니 이는 진실로 지사(志士), 의부(義夫)의 절개를 다하여 이름을 날릴 때다”라고 사졸을 격양시키자 사졸들이 죽음을 아끼지 않고 명을 따랐다고 합니다.

그 중에 눌최의 종이 있었는데, 힘이 세고 활을 잘 쏘았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소인으로서 특이한 재주가 있으면 해가 되니 그 종을 멀리하라고 눌최에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눌최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그 종을 곁에 두었습니다. 백제군에게 성이 함락되자 그 종은 활을 쏘며 눌최 곁에서 떠나지 않으니 백제군이 두려워하여 앞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죽을 각오로 싸웠으나 결국 눌최와 그 종은 더 이상 백제군에 대항하지 못하고 함께 죽고 말았습니다.

흔히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들 합니다. 눌최는 신라의 신하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했고, 또 종은 자신을 알아준 상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증자(曾子)는 하루에 세 번 반성하는 한 가지 중 “다른 사람을 위(爲)해서 일을 도모(圖謀)하는 데에 정성(精誠)을 다하지 못한 점(點)이 있었는가?”를 말하였습니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눌최의 종과 증자의 마음으로 대통령을 보좌했다면 지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학생들이여.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 소속해있는 회사를 위해, 자기의 상사를 위해서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일을 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입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바른 사회로 개혁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다시는 대통령 측근들이 법정에 서는 정례화가 없기를 바랍니다.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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