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경제 상식 - ⑧자본론의 부활 (Ⅰ)
쉽게 배우는 경제 상식 - ⑧자본론의 부활 (Ⅰ)
  •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 승인 2009.08.02 21:50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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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영역이 아닌 대중적 관심의 대상에선 이미 까마득하게 멀어진 것으로 보였던 칼 맑스의 『자본론(das Kapital)』을 최근에 와서 독자들이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작금의 위기를 부른 「카지노 자본주의」(Casino Capitalism)에 대한 불안과 회의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얼마 전 영국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Rowan Douglas Williams) 캔터베리 대주교( archbishop of Canterbury)는 한 기고문에서 “상상하기 힘든 허구와 가공의 거래(paper transaction)가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낳는 실상이, 금융위기로 인하여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부분적으로 옳았다.”라고 술회한 바 있다.

한편 발표된 지 80년이지난 소설이 이제 와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바, 지하에 있는 작가도 깜짝 놀라 깨어날지도 모를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이변에 가까운 일이 가까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가 1929년에 발표한 소설, 『게 공선(蟹工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올 한 해 동안에만 예년의 100배 분량인 50만부를 찍어내 경제전문지가 선정하는 히트상품 목록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글 번역판도 나왔다.

소설 출간 당시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 근해에는 일본의 게잡이 배들이 그물로 노다지를 캐 올리던 황금어장이었다. 게잡이 선단을 보호하기위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해군의 구축함까지 출동할 정도였다. 게잡이 배를 「어선」이 아닌 「공선」이라 부른 것은 즉석에서 게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까지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픽션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게 공선」은 당시 일본 어업 노동자들의 현실을 끔찍하리만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 고바야시는 비합법화되었던 공산당의 당원으로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화연맹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1933년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 살해당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노동자들은 몇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바다로 나섰지만, 그러나 그들이 게 공선에서 경험한 현실은 「죽음」바로 그 자체였다. 이렇게 혹사당하다간 그냥 살아남지 못하겠다. 내일이면 나도 시체가 되어 저 차가운 바다 속에 던져져 고기밥이 될 것이다. 일초라도 더는 몸을 지탱하기 조차 힘듦에도 불구하고 꾀병을 부린다고 각목으로 맞고 난간에 매달리면서 어업노동자들은 차츰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처음에는 억누를 길 없는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이 드디어 노동자 집단의 힘에 대해 각성을 하면서 파업을 주도하고, 실패한 파업은 노동자 전체의 대동단결로 이어져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을 부추긴 이 소설이 지금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20-30대가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게 공선』의 붐은 가끔 찾아오는 복고풍 유행 정도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현대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의 필연적 산물로 바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정규직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취업난, 비정규직 사원으로 감내해야 하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딱히 해결책 또한 없다는 절박한 현실에 좌절한 일본의 젊은 세대가 스스로를 게 공선의 노동자와 동일시하는 현상이 이 소설의 붐을 몰고 왔다는 게 일본사회가 스스로 내린 진단이기도 하다. 되살아난 것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올 들어 칼 맑스의 『자본론』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게 공선』과 『자본론(das Kapital)』의 부활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진다.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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