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PLAY ⑨ <박쥐>
MOVIE & PLAY ⑨ <박쥐>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08.02 21:53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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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는 것과 극복하는 것은 한 개인의 역량 차이
그들은 결국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살다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예기치 못한 고난을 받는다.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박쥐>는 이러한 예기치 못한 고난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박쥐의 감독인 박찬욱 감독은 연출의도에서 사제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고통은 어떨까를 묻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처럼 박쥐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처절한 고민이 느껴진다.

영화는 병원에서 환자를 위로하는 일을 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이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해서 아프리카로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현은 그곳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르지만 뱀파이어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 그러던 중 옛 친구인 강우(신하균)를 만나게 되고 그의 아내인 태주(김옥빈)에게 끌리게 된다.

성경의 인물 중에 ‘욥’이란 인물이 있는데 신에게 고난 받은 인물 중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욥은 신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었지만 신이 주는 시험에 부딪힌다. 이로 인해 그는 가진 재물을 모두 잃고 자녀들을 모두 잃게 되며 끔찍한 병까지 앓게 된다. 극 중 상현도 계속되는 고난을 받는 점에서 욥과 비슷하다. 뱀파이어가 된 그는 신부의 신분으로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러도 되는지,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러도 되는지, 사랑하는 여인을 괴롭히는 자를 죽여야 하는지 수많은 유혹의 고난에 부딪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서두에선 신에게 자신을 나환자와 같이 만들어 지옥의 고통을 느끼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상현은 막상 흡혈귀가 되어 이런 심리적인 고통을 당하게 되자 ‘내가 흡혈귀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다’며 한탄한다는 것이다. 결국 상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혹과 고난들을 이겨내지 못한다. 친구의 아내 태주와는 불륜을 저지르고 가장 친한 친구와 존경하는 사제를 살해하고 그 주변인들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죄를 짓게 된다.

성경에서 욥은 결국 신의 시험을 이겨내고 유혹과 고난을 이겨낸 상으로 전보다 더 큰 복과 행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상현은 모든 죄를 짓고 태주와 함께 자살하는 방법을 택한다. 죽은 뒤 상현은 어떻게 될까. 영화는 태주의 ‘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이라는 대사로 그 답을 대신한다. 나 역시도 부디 그들의 영혼이 지옥에 갈 수 없도록 육신과 함께 소멸되었길 바란다. 고난을 이겨내거나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그저 한 개인의 역량의 차이이다. 상현도 태주도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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