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연애
후회 없는 연애
  • 정시내(스페인어·4) 양
  • 승인 2009.08.04 19:05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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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에 앉아 잠시 이른 봄을 느끼고 있노라면, 신입생들의 발걸음에 눈이 멈춘다. ‘09학번입니다’라는 명찰을 단 것도 아닌데, 그들의 옷차림과 표정, 모든 것에서 대학 새내기임이 느껴진다. 나도 그랬을까.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선배들의 마음을 이제야 좀 알겠다.

그 때 들었던 선배들의 조언이 아직도 기억에 있다. 대부분이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맥락의 이야기였는데,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진정한 연애를 해 봐라.’하는 것이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연애가 웬 말이냔 말이다.

하지만 나도 20대, 아직은 꽃다운 나이이기 때문인지 어느새 나도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도 같은 학교 안에서의 캠퍼스커플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그것만은 피해갔다. 캠퍼스커플이 되면 학과공부는 뒷전이 되리라는 선입견이었다.

헌데 이것이 내게만 해당하는 기우(杞憂)였는지, 몇몇 학우들은 학기가 시작한지 몇 달 안 돼 자타가 공인하는 캠퍼스커플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나도 이들이 잘 되기를 바래주었다. 몇 달 동안 강의실에 함께 앉아 열심히 수업 듣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선입견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을까. 남학우는 군 입대를 하고, 어느새 여학우 옆엔 다른 남학우. 그 다정하기란 이루 말도 못했다. 게다가 그 새로운 남학우는 입대한 학우와 같은 과였다. 과연, 이 새 캠퍼스커플은 그 짧은 시간 내에 주위 학우들의 시선도 이겨낼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이루어낸 것일까.

내겐 캠퍼스커플에 대한 또 다른 선입견이 생기게 되었다. 사랑을 하려면 마음의 4계절을 보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가을의 풍성함만이 아니라 여름의 광란, 봄의 들뜸과 겨울의 황량함을 겪어보아야 한다고. 그런 다음에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이다.

아직은 대학생인지라 상대의 조건과 결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 도 있다.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둘이 맞추어 나갈 충분한 가능성과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을 믿고 한 때의 감정에 치우쳐 버린다면, 적어도 한 사람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캠퍼스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단기간에 여러 사람을 만난다면, 제 3자의 시선과 관계는 어찌할 것인가. 과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내가 캠퍼스커플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훗날에 오게 될 후회이다.

먼 훗날 이 커플이 결혼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면야 축복해주지 못할 이유가 무어 있겠느냐만,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상처를 낳고 치유치 못할 후회를 남길 바에는 차라리 참아주었으면 한다. 내가 신입생적 선배들이 해준 연애에 대한 조언의 전제는 분명 ‘진정함’이었다. 도서관 앞을 지나는 다정한 뭇 캠퍼스 커플들에게, 또 09학번 새내기들에게 이젠 나도 말하고 싶다. 졸업 후 서른, 마흔의 나날에도 후회하지 않을 진정한 연애를 해 보라고. 어디선가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는지 도서관 앞 3월의 내음은 유난히 싱그럽다.

정시내(스페인어·4) 양
정시내(스페인어·4) 양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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