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케인즈(1883~1946)와 하이에크 (1899~1992)의 血鬪
② 케인즈(1883~1946)와 하이에크 (1899~1992)의 血鬪
  •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 승인 2009.08.04 23:29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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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경제학은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대결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실물경제부분의 분석에만 치중했던 다른 경제학자들과 달리 이 두 학자는 현실경제를 화폐경제와 접목시키는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학문적인 시작은 같았으나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의 경제 해법을 제시했다.

1929년에 촉발된 대공황 이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학파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는 하이에크를 위시한 신자유주의학파가 대반격을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친 충격적인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자본주의가 흔들리면서 당시를 지배하던 케인즈 이론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당시 하이에크는 완전고용정책의 폐기, 노사관계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을 제시하였다. 이후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의 기조 하에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하면서 시장자율을 중요시하는 신자유주의는 최근에 와서 다시 퇴조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정부는 무절제한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요컨대 케인즈의 경제이론이 또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순환하듯 경제사상도 순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실로 하이에크가 들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일들이 지금 지구상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에크가 이 시대에 살아있다면 신자유주의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그는 어떻게 처방하였을까?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궁지에 몰렸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클린턴 정부 때 저소득층에 대한 과도한 주택지원제도가 부동산 시장 붐을 야기했고, 이를 담보로 또 다른 파생상품들이 연쇄적으로 생겨남으로써 오늘의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요컨대 금융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금융회사들의 탐욕으로 이어져 시장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시장에 의한, 시장을 위한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 이후 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정립한 신자유주의의 창시자로 추앙받는다.

그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단위인 「개인」은 제한된 지식만을 가지고 불완전한 판단을 하는 존재이나, 「가격시스템」은 이런 개개인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보고 「가격시스템」을 신봉하였다. 또한 하이에크는 경제활동을 「카탈락시(catallaxy)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지식과 목적은 다 다르지만 누구든 시장이라는 게임 룰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의 평등을 주어야 하고 공정한 게임의 결과는 개개인의 운과 기량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담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시장 매커니즘이 원활히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치안, 국방 등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이에크의 이 같은 신자유주의는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일약 현대의 주류경제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총리는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 『예종의 길(The Road to Serfdom)』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가 믿는 것은 여기에 있다.” 고 설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맹점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자율화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신자유주의가 뭇매를 맞고 케인즈주의가 다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에크는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하였을 뿐 시장의 불완전성에 대한 연구는 간과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가 그러하듯이 경제사상도 순환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사상은 케인즈 사상이 부작용을 초래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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