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老馬之智
② 老馬之智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8.05 09:31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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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馬之智
1.하찮은 것일지라도 장점이 있다. 2.겸손하게 진리를 배우라는 교훈
(老 : 늙을 로, 馬 : 말 마, 之 : 갈 지, 智 : 지혜 지)

새 학기가 시작하여 캠퍼스가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이때쯤이면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정이 아주 높아집니다.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알아내려고도 합니다. 제발 ‘작심삼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여러 가지로 답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가끔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교육이나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는 대답을 종종 듣습니다. 이 답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과연 맞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자는 이 물음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과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말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창피하게 여겨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을 보면 분명 내용이 이해가 안가는 대도 불구하고 강의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질문도 안하고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만 합니다.

『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에 보면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나옵니다.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재상 관중(管仲), 대부 습붕(?朋)과 함께 고죽국을 정벌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오랜 싸움 끝에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때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라고 하고는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고 그 뒤를 따라 가서 길을 찾아 위기에서 탈출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늙은 말의 지혜라는 “노마지지(老馬之智)”가 나온 것입니다. 또 습붕은 산 속을 행군하다가 식수가 떨어져 군사들이 갈증을 호소하자 “개미는 겨울에 산의 양지쪽에 살고 여름에는 북쪽 그늘에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미집이 땅위로 한 치 높이에 있으면 그 아래 일곱 자쯤 되는 곳에는 물이 있는 법입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습붕의 말을 듣고 군사들이 개미집을 파 내려가니 정말로 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원래 ‘노마지지’는 하찮은 것이라도 장점이 있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이 고사성어에서 저는 미물의 행동을 관찰하여 자신의 지식으로 삼은 관중과 습붕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들의 지혜는 사물의 행동에 호기심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사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물어서 얻은 지식입니다.

공자는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지라 이로써 문이라 이른 것(不恥下問, 是以謂之文也.)”이라 하여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 물어서라도 알아내야 합니다.

얼마 전 TV에서 미국 동부지역 유명 대학교들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어느 한 대학에 봉직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를 밀착 취재했는데, 그 교수는 오전 강의가 있는 날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의 스트레스 때문에 아침을 먹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강의 시간을 보여주는데, 학생들은 교수에게 질문 공세를 하며 교수를 ‘녹초’로 만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그 교수는 식당으로 달려가 아침에 먹지 못한 밥을 먹었습니다. 이를 보면서 저는 “내가 강의 때문에 밥을 거른 적이 있었나” 하며 반성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반성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반성을 해야 합니다. 대학교수를 바뀌게 하려면 학생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관중과 습붕은 늙은 말이나 개미인 미물일지라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선생처럼 따랐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강단에 선 교수님들은 덕망과 학식을 두루 갖춘 분들입니다. 이 분들에게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질문을 하기 바랍니다. 학생들이여! 관중과 습붕의 관찰과 배움을 기억하십시오.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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