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책과 영화로 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② 책과 영화로 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08.05 10:56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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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영화화 되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공동경비구역 JSA, 눈먼 자들의 도시 등 인기몰이를 한 많은 영화는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3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시거) 역시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소설은 영화감독의 재해석을 통해 영상으로 탄생 되곤 한다. 어떤 감독은 원작의 감동을 영화에 그대로 담아두려고 한다. 이 경우에 영화는 원작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대한 원작의 내용과 교훈을 살려 영상화된다. 또 다른 감독은 원작 중 기본 틀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모든 부분을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영화는 관객에게 원작 그대로의 감동이 아닌 새로운 해석과 감동을 주게 된다. 벤시거와 같은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 물론 기본적인 설정은 같다. 두 작품은 모두 늙은이로 태어나 나이를 점점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인물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소설 벤시거의 지은이인 F.스콧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그가 살았던 1920년대는 물질주의와 사회적 부패가 심했던 시기였는데 그는 소설을 통해 부패한 사회를 비판했다. 그런 그의 성향은 벤시거에도 드러난다. 그는 거꾸로 나이를 먹는 벤자민 버튼의 인생이 미국사회에 던져졌을 때 어떤 대접 받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벤자민은 태어났을 땐 노인으로 태어났기에 아버지에게 그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어려질수록 그의 부인, 아들에게 질타를 받고 무시 받는다. 그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하게 지냈던 것은 그가 중년에서 젊은이로 활동 할 수 있었던 20년 남짓뿐이었다.

그 외에 인생에선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다. 반면 영화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벤시거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운명에 휘둘리지 않는 두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와 아름다운 한 여인의 흔들리지 않는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화와 소설의 가장 다른 점은 벤자민이 사랑받는 인물이라는 점인데 영화에서의 벤자민은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처음 버려진 자신을 거두는 양어머니, 나중에 만나게 되는 친아버지, 여행 중 만난 엘리자베스, 선장 마이크 그리고 그의 영원한 연인 데이지까지.

그의 삶은 남과 다를지언정 아름답고 따뜻하다. 이처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한 남자의 삶을 현실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린 책과 잔잔하고 환상적인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각색의 세계이지만 ‘영원한 것’에 대한 황홀함을 알려주는 영화에 한 표 던지고 싶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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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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