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황금빛 사막도시 -자이살메르
② 황금빛 사막도시 -자이살메르
  • 백송이(영어영문·4) 양
  • 승인 2009.08.05 11:13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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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읽었던 여러 권의 인도 기행문 책들은 하나같이 유려한 문장으로 쓰여져 있었고 내용이 감동적이며 무언가 철학적이었다. 내가 처음 인도에 도착한 후 3일 동안의 느낌에 비교 하면 그 책들은 환상과 아름다움에만 치우쳐 인도를 마치 여행자들의 천국이요, 미지의 세계처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도뿐 아니라 다른 어느 여행지도 마찬가지 이다.

우린 인도에 오자마자 사설환전소에서 가지고 있는 돈 500달러를 교환하려다 위조지폐사기를 당했다(500달러면 인도에서는 한 달을 넘게 지낼 수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나는 내가 읽었던 인도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지워버리기로 했다. 나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곧이곧대로 지켜보며 떠돌 것이다. 이것은 환상속의 여행이 아니며 책속의 인도가 아니다. 지금 진짜 인도는 내 앞에 있다.

우리는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로 향했다. 우리는 가진 돈도 별로 없어 가장 싼 기차표를 샀다. 기차에는 지붕이 없었다. 우린 24시간의 여정 동안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먼지가 날리면 먼지와 싸웠다. 기차를 타고 다시 사막마을로 가는 버스안. 이 시간이 지금도 인도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엄청난 모래바람과 뜨거운 햇빛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는 땀이 마구 흘러 내렸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온통 사막이었다. 그 황량함 속에서 천막 하나만으로 여러 명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들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의 삶은 물 옆에서 시작이 되었고 인류의 모든 문명도 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도시도 강을 끼고 발전하는데, 물도 없는 이 황무지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런데도 풍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이 사람들보다 한참이나 아래다. 인도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2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위권 밖이라는 어느 통계를 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삶에 대한 만족, 또는 그것에서 오는 행복이라는 것은 주어진 객관적 조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끈질긴 이곳 사람들의 생명력을 느끼면서 달리다보니, 어느덧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낙타와 사막이 있는 자이살메르! 델리라는 거대하고 정신없는 도시 바로 다음 여행지라서 그런지 우리들에게는 조그맣고 조용한 자이살메르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사막에서 하룻밤 묵을 작정으로, 우리는 바나나와 망고, 물, 오렌지등을 챙겨 지프차와 낙타를 이용해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일몰을 보러 갔다. 사막의 밤은 너무 예뻤다. 나는 문득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생각이 옳은 건지 모르겠지만 낙타기사의 고단한 삶이 너무 안되 보였다.

나야 겨우 하룻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별을 감상하며 보내는 것이지만 이들에겐 삶의 전부이니. 새벽에 바람이 잔잔해져서 밖에 나왔는데 너무 고요했다. 떠오르는 현란한 별빛들과 그 황량함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가슴에 별이 내려와 앉는다.

거센 모래바람에 귓구멍이 막혀버리는 상황이 왔다. 게다가 새벽에 침낭을 핥는 개들 때문에 긴 밤을 뜬눈으로 지내고 기진맥진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조명을 받아 황금색이 되어 빛나는 메헤랑가드성 앞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 마음씨 좋은 주인장은 황금빛 음악을 더해주었고 우린 나란히 앉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날 밤의 낭만적인 기억은 델리에서 위조지폐사기를 당한 분통한 기억조차 지워주었다.

백송이(영어영문·4) 양
백송이(영어영문·4) 양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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