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신문 연중기획 11.박물관과 역사
단대신문 연중기획 11.박물관과 역사
  • 엄기표(석주선기념박물관) 학예연구원
  • 승인 2009.08.13 17:05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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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키고 현재와 미래를 일체화 시킨다.
역사 연구나 사실 탐구에 있어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구체적인 사실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시대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당시 역사가 어떠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전개하고, 논리적으로 입증할 만한 근거자료들이 없어 생각이나 가설에 그치고 만다.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하거나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린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것이 유적이나 유물로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는 문화재 또는 문화유산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유적은 과거 사람들의 행위가 공간적으로 집중된 물질적 증거로서 인간들의 행동이 행해진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말한다. 그리고 유물은 유적을 막론하고 과거 사람들의 행동 결과로 남아있는 물건들을 말한다. 쉽게 말해 유적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며, 유물은 물건이다. 그것에는 당대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문화 등 역사가 폭넓게 담겨 있다. 유적이나 유물은 당대에 형성된 것으로 고스란히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대의 역사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들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새롭게 말해주기도 하며, 기록된 역사를 보충해 주기도 한다. 또는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역사 지식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견고하게 지탱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적이나 유물을 옮겨와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공간이 박물관이다. 역사를 가득 담고 있는 박물관은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여는 실마리가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은 정적이고 무겁고 딱딱하고 장중한 분위기로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과 의문만을 던져줄 뿐이다. 그러나 역지사지로 유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지식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문이 증폭될수록 우리는 유물에게 더욱 무시당하는 꼴이 될 것이다.

박물관에 가서 유물과 대화하고 이를 즐길 줄 안다면 박물관을 가는 재미, 역사를 하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역사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본만큼 알게 되고 느끼게 된다.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박물관을 찾는 다면 유물과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안에 숨어있는 많은 사실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단지 유물이 아닌 역사를 알고 있는 대화 상대가 된다. 유물로부터 많은 역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날 때보다 두 번째 만날 때에는 더더욱 많은 사실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그 시대로 돌아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심성과 가치관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점점 깊은 역사를 알게 될 것이며, 역사로부터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보는 시각이 형성될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과거를 재현하거나 복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소 관념적일 수도 있지만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 말은 과거 없이는 현재가 있을 수 없고, 현재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고,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속에 있다. 거창한 명제이고 교훈인 듯 하지만 개인이나 일상으로 오면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역사이다.
그리고 역사는 개인, 조직, 국가 등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은 역사의 효용이나 교훈적인 측면이기도 하고, 역사라는 학문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세한 역사적 사실을 알지는 못하지만 동일한 역사를 가졌던 민족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의 슬픔과 한을 공감하고 있다. 개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문이나 지역이 되고, 이를 확대하면 국가가 된다. 역사는 개인을 넘어 국가의 한 성원으로서 일체감을 갖게 한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와 운동 경기가 열리면 열성적으로 우리나라를 응원하고, 다른 나라 선수들끼리의 경기는 무미건조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선수가 경기하면 손에 땀이 나는 것은 정체성에서 연유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키고, 현재와 미래를 일체화시킨다. 역사로부터 전통문화와 현대가 상호 접목하여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과거이면서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왔고, 미래는 현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없는 것이고, 현재가 없다면 미래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구분되고 상이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상호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가치와 존재에 대한 실재를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간혹 역사를 통하여 편견과 오만을 갖기도 한다. 이는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알지 못하는 소치에서 오는 것이다. 역사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말을 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을 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느냐가 인문학을 넘어 우리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많은 일반인들이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역사 대중화 도 관심을 갖고 서둘러야 할 문제이다. 역사에 대한 소중함과 보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것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역사 연구자들만이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사의 대중화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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