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BM 김도연(컴공·00졸) 차장을 만나다
한국 IBM 김도연(컴공·00졸) 차장을 만나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9.08.13 18:34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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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막연함
  취업에 백해무익”

목표와 비전 공유할 수 있는 멘토 도움 필수

‘Plan, Do, Check, Action.’ 굉장히 단순하고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클에서 Check와 Action을 놓치고 맹목적으로
실행만 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캠퍼스 리쿠르팅, 업종별 맞춤형 취업캠프…’
각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각자가 꿈꾸는, 하지만 막연하기만 한 ‘성공적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단대신문>이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을 위해 대표적 외국계 기업인 한국 IBM의 김도연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 4학년임에도 아직 ‘취업’준비를 막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취업’만이 아니더라도 후배들의 가치 있는 대학생활을 하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우리 후배들, 좀 더 넓게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약한 부분은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고 무엇을 해야 하며, 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데밍 사이클(Deming Cycle)’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IT 관련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데 자주 사용하는 이론인데, 사실은 일상생활에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내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일단 기자가 되는데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한 Plan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실행(Do)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잘합니다. 외국어 학원을 다닌다던가 기사 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을 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해야 하는 것이 Check입니다. 무조건 실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잘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계획과 실행 단계에서 부족했던 원인을 찾아내는 Check 단계를 간과한 채 계속 실행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확인의 단계를 거쳐 Action으로 넘어가야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겁니다.
‘Plan, Do, Check, Action.’ 굉장히 단순하고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클에서 Check와 Action을 놓치고 맹목적으로 실행만 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열심히 하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에 대한 답이 이 사이클 안에 있습니다.
이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 보죠. 아까 예를 든 것처럼 Plan을 짜기에 앞서 ‘기자가 되겠다’는 식의 목표(Objective)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목표라는 단계 앞에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풍요로우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퇴직 후에도 인맥을 살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비전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고, ‘데밍 사이클’을 적용하는 것, 이것이 살아가는 방식이 되는 거겠죠.
보통 발등에 불 떨어진 4학년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막연한 ‘취업’입니다. 그래서 후배들이 질문하는 것도 대부분 ‘어떻게 해야 취업을 잘 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서두에 제가 드렸던 현상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겁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현상 말입니다.
비전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비전이 없다보니 막연하게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좋은 곳에 취업만 되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비전이 불확실하니까 목표가 정확하지 않고 막연한 계획으로 도서관에 앉아있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면접을 보면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판에 박힌 말들을 하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목표에 대한 단계적인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만의 생각을 면접관에게 정확히 알려서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자신이 여태껏 준비한 스펙들, 즉 ‘Do’에 대해서만 나열하듯 말 하면 면접관의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 역시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는 많이 다릅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면접관 눈에 그러한 지식들은 ‘어차피 들어오면 새로 배워야 할 것들’로 보이기 쉽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면접관들 앞에서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비전과 목표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군대에서의 예를 들어보죠. 군대에서 흔히 ‘무의미해 보이는 작업’을 시킨다고 하는데요, 그 때 “이 작업이 끝나면 휴가를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고진감래 하면서 일을 잘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목표의식과 비전입니다.
그러면 비전과 목표는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멘토를 곁에 두는 것입니다. 혹시 주변에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을 멘토로 지정하는 겁니다. 선배는 지금의 그 위치가 되기까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고 어떻게 계획을 세웠는지, 지금 내가 세운 계획이 맞는 것일지 등을 멘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나와 꿈이 같고 비전과 목표가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런 사람과 같이 의논하고 코칭을 받으면, 사실 멘토 입장에서도 많이 배우거든요. 후배들이 나한테 멘토링 신청을 하고 고민을 말하면 ‘내가 예전에는 못 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은 후배들한테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멘토도 성장하게 됩니다. 거기에 ‘내가 이런 부분은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면서 반성의 기회도 얻죠.
물론 멘토가 절대적인 신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멘토에게 이야기 하면서 고민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때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답을 찾게 됩니다. 멘토에게 단순히 의지한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멘토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하고, 문제를 말하기 위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작심삼일이라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당연히 계획을 전부 실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개인이 취업을 위해 세우는 계획에서나, 아니면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한 계획에서나 계획 이행은 모두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략(Strategy)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대로 된 평가(Measurement)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에서 일을 맡길 때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합당한 일을 부여하며 전략을 세웁니다. 그래야 계획이 예측대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우선순위(Priority)를 메기는 고민이 필요하죠. 학교생활, 동아리 생활, 가족…이렇게 많은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메겨 밸런스를 맞춰야 합니다. 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학교생활은 몇% 정도인지, 동아리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등을 설정해 놓아야 계획 실천이 가능합니다.
모든 것들을 100%로 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그러한 것을 하기 위해 평가와 우선순위 메기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선택을 하지 않는, 또는 집중을 하지 않는 부분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뜨개질을 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실타래가 엉켜있을 때 하나가 풀리면 나머지는 술술 풀리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계획도 그런 겁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이 따라와서 해결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보통 우리 후배들이 비전과 목표에 따른 ‘선택’ 없이 무작정 이런저런 일들에 손을 대면 제대로 된 계획을 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Bottom-up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너무 많은 일들을 벌려 놓고 일을 하다 보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집니다. 토익, 각종 자격증, 학점 관리, 공모전 등등의 일을 벌려 놓는 학생들 대부분은 면접관 앞에서 “맡겨만 주시면 잘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반대로 조금 전에 말 한 방식(Top-down)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집중을 기울이지 않은 부분들도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나와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러면서 다른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간접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할 때도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죠.

▶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사람들 간의 문제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직장 선후배 간 만나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끌어갈 수 있는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트러블이 생긴다는 것은 특별한 이슈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이 생길 때 아무리 대하기 힘든 상사라고 해도 가급적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입장 차이에 대해 대화를 한다는 건 상사와 협상을 한다는 것이겠죠. 물론 협상을 요청했을 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서로 동의를 맺는 것이 될 테고, 이런 동의가 실행으로 옮겨질 때 트러블이 생겼던 사람들 사이에는 강한 신뢰가 맺어집니다. 이런 신뢰의 관계들이 모여서 사회 연결망이 형성되는 겁니다. 이런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죠. 반대로 단순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과거에 ‘아이 러브 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관심이 사라진 지금, 쉽게 깨지고 말았죠.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협상과 신뢰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의 연속이 아닐까 합니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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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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