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 작용, 풍파
풍화 작용, 풍파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8.13 19:36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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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는 4개의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며 작동하고 있다. 강, 바다, 빙하, 지하수로 된 수권(hydrosphere), 공기를 이루는 기권(atmosphere), 동물과 식물이 사는 생물권(biosphere), 그리고 암석과 토양으로 된 암권(lithosphere) 등이다. 지구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들 4개 하위 시스템의 조화로운 상호 작용이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물, 대기, 생태계 등은 우리 인간의 생존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라 여겨 일찌감치 그 중요성이 강조된 반면, 암석이나 토양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공기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동물과 식물 또한 변화무쌍하지만 암석이나 토양은 한결같이 늘 그 자리에 있으므로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암권의 변화 속도는 대단히 느려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암권을 구성하는 암석을 변화시키는 대표적 현상이 풍화 작용(weathering)이다. 암석의 풍화 작용이 없다면 동식물 생존의 근간이 되는 토양도 생겨나지 못한다. “바윗돌 깨트려 돌멩이, 돌멩이 깨트려 자갈돌~”이란 동요에 나오는 과정은 기계적 풍화 작용이다. 기계적 풍화는 암석의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으로 기온이나 압력이 갑자기 변하거나, 물의 동결 작용 등이 원인이 된다. 암석의 화학 성분이 변하는 화학적 풍화 작용도 있다. 화학적 풍화 작용은 물, 물에 용해된 성분, 대기 중 성분에 의한 화학 반응으로 발생한다.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석회암이 용해되어 형성된 석회 동굴도 화학적 풍화 작용의 예다. 또, 암석이 지표면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암석을 이루는 광물의 철 성분이 공기나 물에 들어 있는 산소와 반응하여 적색으로 변하게 된다. 갓 공사를 마친 도로변 암석의 ‘신선한’ 색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검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속 수소나 염기 이온이 광물 구성 이온을 치환하는 것이 가수분해 작용인데,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에 의한 화학적 풍화 작용으로 정장석이 고령토로 변하는 것, 고령토가 가수 분해 작용으로 다시 보크사이트로 변하는 것도 다 화학적 풍화 작용이다.
  풍화 작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암석의 종류와 구조, 지형의 경사, 기후, 시간 등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암석의 종류와 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암석이 풍화 작용에 강한 석영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암석의 구조도 중요한데, 층이 아닌 ‘덩어리’ 채로 모양이 유지되는 사암은 상당히 높은 지형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암석에 층리 구조가 발달된 셰일은 풍화에 약해 대부분 매우 낮은 지형을 이룬다.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에 위치한 봉하산은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수준의 야산이다. 그러나, 봉하산의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는 암석 덩어리가 그대로 절벽을 이루고 있다. 경상남도는 중생대 백악기층이 대부분이다. 백 만년보다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온갖 풍화 작용을 견디지 못해 낮은 지형이 된 주변과 대비되면서, 봉하산의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는 더욱 돋보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온갖 풍파를 겪고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디딘 봉하산 부엉이바위가 유난히 장엄해 보인다. 지금까지처럼 부엉이바위라도 ‘암석 사는 세상’의 풍화 작용에 잘 견뎌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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