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鷄鳴狗盜
⑪ 鷄鳴狗盜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8.13 19:41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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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쓸모가 있음
2. 누구든지 한 가지 재주만 있으면 남까지도 도울 수 있음

鷄 : 닭 계  鳴 : 울 명  狗: 개 구  盜 : 훔칠 도

다양한 재주를 가진 식객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맹상군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해 취업난 헤쳐 나가기를

옛 말에 사람은 태어날 때 제가 먹고 살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가졌네, 배웠네 하는 기준을 내세워서 사람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으로 인해 단지 내에 철조망을 쳐서 서로 다니지 못하도록 해 놓았고, 유치원도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다 똑 같은 존재이고, 서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사기’ <맹상군전(孟嘗君傳)>에 보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설(薛) 땅 제나라 왕족의 한 사람으로 정곽군(靖郭君) 전영(田   )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는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이란 아들이 있었습니다. 전문은 전영의 첩에서 태어나 전영이 좋지 않게 여기기까지 했는데, 전문은 보통 인간과는 다른 면이 있어 부친의 눈에 들고 부친 뒤를 이어 성주가 되었습니다.
맹상군은 선정을 베풀기에 온 힘을 다 했고 또 막대한 재산을 사용하여 여러 인재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식객(食客)만도 3천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 식객들의 면면을 보면 천하 호걸에서부터 시작하여 성대모사를 잘하는 자와 좀도둑(狗盜)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진(秦)나라의 소양왕(昭襄王)이 맹상군의 명성을 듣고 진나라의 재상으로 초빙하겠다는 뜻을 맹상군에게 전해왔습니다. 맹상군은 주위의 반대를 무릎 쓰고 소양왕에게 줄 호백구(狐白   )를 가지고 식객 중에서 몇 명을 골라 진나라로 갔습니다. 소양왕은 맹상군을 재상으로 쓰고자 했으나 제나라 왕족 출신을 진나라 재상으로 쓸 수 없다는 신하의 말을 들은 소양왕은 맹상군을 재상으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맹상군을 그냥 돌려보내면 앙심을 풀거라 생각하여 진나라 조정에서는 맹상군을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눈치를 챈 맹상군은 소양왕의 총희(寵姬)를 찾아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임금께 말을 잘해달라고 부탁하자, 총희는 그 보답으로 임금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호백구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맹상군은 비싼 호백구를 하나 더 구할 도리가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때 같이 간 식객 중 도둑에 능한 자(狗盜)가 소양왕의 궁중에 잠입해서 맹상군이 선물로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 와서 총희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호백구를 받은 총희는 소양왕에게 갖은 애교로 졸라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 받아냈습니다. 이에 맹상군은 소양왕의 마음이 언제 변할 줄 몰라 바로 진나라를 떠났습니다. 총희의 애교로 인해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한 소양왕은 바로 후회하며 맹상군의 체포명령을 내렸습니다.
맹상군 일행은 진나라를 벗어나기 위해 국경인 함곡관(函谷關)을 향해 달려갔는데, 진나라 법에 첫닭이 울기 전에는 관문을 열지 못하도록 정해 놓았던 것입니다. 이 때 맹상군 식객 중 성대묘사에 능한 자(鷄鳴)가 닭울음소리를 내자 인근에 있던 닭들이 함께 울기 시작하여 관문을 지키던 병졸들이 아직 날이 밝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관문을 열어 주어 맹상군 일행은 함곡관을 지나 진나라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계명구도는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선비가 배워서는 안 될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이란 뜻도 가지고 있지만,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지위고하를 떠나 누구든지 한 재주만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안위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요즘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취직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명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 상황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 어려운 역경을 헤쳐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개발하는 것에 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남들이 딸 수 있는 자격증을 다 따 놓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병기를 마련해 두세요. 그러면 학생은 맹상군과 같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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