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현재 미국과 함께 세계 양축으로 부상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현재 미국과 함께 세계 양축으로 부상
  •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 승인 2009.08.13 19:54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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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베이징 발언으로 국내에 커다란 충격을 준 바 있다. 14개 성상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정치와 관료, 행정조직은 여전히 4류, 3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가 금융위기에 휘말려 있는데 정쟁이나 일삼는 정치권은 한 사람을 빼고는 5류나 6류도 안 된다. 금융위기 이후 자구책이라고는 오로지 자금을 끌어 모으기에 여념 없는 금융권도 역시 3류 이상의 등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도 10여 년 전 2류에서 일류로의 끝없는 도전에 줄기찬 행군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나라 기업들뿐이다.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 주석

모 그룹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 놓으면서 최대한 자국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사망진단을 내린 자동차 3사까지도 기를 쓰고 살리는 중이다. 이 시기만 넘기면 더 큰 시장을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만 유독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작년 초 중국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이색적인 한 문장을 열심히 퍼 나르고 있었다. 수많은 댓글이 붙을 정도로 반향이 크다. 내용인 즉 이렇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98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굳이 해석을 요하는 문장이 아니다. 신 중국을 탄생시킨 사회주의혁명, 중국의 개혁·개방,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60년의 중국 현대사를 중국·사회주의·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마지막 구절이 단연 압권이다. 미국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오로지 중국만이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인의 눈에 미국인은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저축도 거의 하지 않고 은행 빚으로 집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세계적 경제위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각인됐다. 그 때문에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한다.」는 주장에 중국인은 박장대소, 깔깔대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광둥(廣東)성 선전은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이 개혁·개방을 선언하지 않았고, 경제특구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가난하고 자그마한 어촌마을이던 선전이 지금처럼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라는 얘기에 반론을 제기 할 자 많지 않다는 것이 중국내외에서 중국을 연구한 학자들의 한결같은 중론이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의 과도한 우상화 폐단을 절감한 덩은 생전에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원치 않았다. 1997년 사후에 유골도 화장해 홍콩 앞바다에 뿌리도록 하였다. 이 때문에 그의 동상은 사후 3년 만에 선전에 최초로 세워졌다.
덩은 1979년 1월 미국을 방문했다. 브레제진스키(Zbigniew Kazimierz Brezezinski, 1928~)의 자택에서 사적인 만찬을 하면서 시작된 그의 미국 방문은 카터 행정부 시절 가장 주목 받았던 국빈 만찬으로 클라이맥스를 맞았다. 브레제진스키의 자택에서 덩은 그가 죽는 날까지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던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세계가 발전하는 동안 중국이 뒤처져 온 세월을 단숨에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소련을 고립시키는데 협력할 것이며, 중·소 국경지대에 소련 미사일을 추적하기 위한 미국의 정보감청소 설치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래에 일어날 양국 간의 엄청난 학생·기술교류, 그리고 교역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함으로써 어떤 성취를 거둘 수 있을지를 어느 미국 관리보다 정확히 내다봤다. 중국과 미국이 수교한지 올해로 30주년이다. 한반도에서 한판의 전쟁을 치른 두 나라는 중국 공산화 이후 30년 만에 만신창이가 된 아메리카제국은 현군(賢君)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1961~)를 맞았지만, 자부심이 넘쳐나는 부활중인 제국, 중국을 잘 다룰 수 있을까. 이들 두 나라는 21세기 세계의 양축이 될 것이 틀림없다. 바야흐로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우리에게 어떤 시그널을 주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이고 도광양회(韜光養晦)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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