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이 즐거웠던 늦봄의 청보리밭
오감이 즐거웠던 늦봄의 청보리밭
  • 강윤정 기자
  • 승인 2009.08.13 20:11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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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 청보리밭에서는 푸른 보리물결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사계절 중에 눈이 가장 호강하는 계절은 봄이 아닌가 싶다. 봄은 형형색색 꽃과 푸른 잎으로 흑백 스케치 같았던 겨울을 채색한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여유 없이 분주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봄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찰나 같은 봄, 더 늦기 전에 봄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전라북도 고창 청보리밭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고창의 봄은 선운산의 동백, 고창읍성의 철쭉, 그리고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고창의 옛 지명인 ‘모양현’의 뜻이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인 것을 보면 고창과 보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보리는 11월초에 파종을 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4월부터는 이삭이 나기 시작하고 5월까지는 보리의 푸른빛이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고창 시골길로 들어서면 눈을 돌리는 곳마다 보리를 마주할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가에도 보리가 자라고 있고 누렇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는 보리도 있었다. 서울에서 약 4시간이 걸려 도착한 고창의 학원농장. 학원농장의 보리는 아직 푸른빛이 선명했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황토냄새가 진하게 날리고 청보리는 더욱 푸르게 느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 펼쳐진 청보리밭을 보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한 녹색, 녹색, 진녹색… 정의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초록 빛깔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바림은 그 어떤 명화보다도 아름다웠다. 봄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보리 물결이 파도를 치며 내는 소리는 귀까지 즐겁게 해주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다. 특히나 전라도하면 음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고창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장어. 흔히 말하는 풍천장어의 풍천강이 고창의 인천강이라고 한다. 그림 같이 펼쳐진 산과 그 앞을 흐르는 인천강을 바라보며 맛보는 장어구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여행 후의 피곤함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고창까지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봄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0만평의 청보리 언덕은 여름에는 노란 해바라기, 가을에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메밀꽃 밭은 <웰컴투동막골> 등 많은 영화 속의 배경으로도 나와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소금을 흩뿌려놓은 것 같이 하얀 메밀꽃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다시 고창을 찾으리라 마음에 새기며 짧은 봄나들이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강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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